매일신문

매일춘추-불법과 공정성

플라톤의 국가론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소크라테스가 여러 친구들과 함께 정의에 대하여 재미있게 논의하고 있는 것을 옆에서 듣고 있던 궤변가 트라시마코스는 점점 비위에 거슬려 그런 유치하고 무의미한 논의에 대해 욕지거리를 퍼붓고 정의란 강자의 이익을 위하는 것밖에는 아무것도 아니다라고말한다.내가 잘 다니는 수수한 카페가 있다. 여러모로 다양한 선후배들이 모여 언제나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술잔을 기울이며 때때로 심각한 고민도 주고받는아주 정겨운 장소이다. 주인 아줌마의 상냥한 미소는 찾아오는 사람을 편안함과 생기와 활력이 넘치게 한다. 그런데 얼마전부터 12시가 가까워오면 아줌마는 상당히 히스테리컬하게 변하기 시작하였다. 심야영업으로 영업정지와 벌금을 물고부터이다. 가끔은 술에 취하지 않더라도 이야기를 하다보면 약간의시간이 초과할 수도 있으나 이럴때면 어김없이 단속반에 걸려 영업정지나 과다한 벌금을 물곤 했다. 실제 영리를 목적으로 심야영업을 하는 곳이 많으나이런 곳은 단속에 잘 걸려들지 않는다. 아직도 한줌의 권력에서 막강한 권력에 까지 힘없는 자에게는 자로 잰듯한, 그러나 힘있는 자에게는 너그럽게 법적용하는 예가 너무도 많이 있어 왔다.

잘못된 권력의 본질은 정의의 탈을 쓴 법의 폭력이다. 독재권력 치고 정의구현을 표방하지 않았던 경우가 없었음은 우리 최근의 역사에도 분명히 보아왔다. 역사의 진보는 권력의 악습, 강자만의 논리를 청산 함으로써 이루어져 왔다.

지금은 우리 역사의 어느때보다도 기대를 모았던 문민정부의 시대이다. 이정부는 과거의 폭력사태를 엄중히 문책하고 다시는 폭력의 논리를 용납하지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바가 있다. 그러나 조계사의 한심한 폭력사태를 즉각해결하겠다는 의지는 아직도 희미하기만하다. 누구는 봐주고 누구는 응징하는 이중적 잣대로는 문민정부가 표방하는 개혁이 성공하리라 생각되지 않는다.불법과 악법보다 더 나쁜 것은 공정성을 가지지 못하는 법운용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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