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일본 하타내각 앞날

지루하고도 오랜 산고끝에 마침내 일본 연립정권 제2기, {하타정권}이 탄생하게 됐다. 그러나 호소카와(세천호희) 총리 사임발표후 지난 2주일간은 일본정치에 있어 사실상의 공백기였다. 차기정권 수립을 놓고 알맹이 없어 밀고당기는 흥정과 암투만으로 {허송한}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는 하타 정권의앞날도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해 주고도 남는다.연립각당의 이처럼 의미없는 우여곡절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무려 8개당.파의 결합체라는 연립본래의 기형아적 문제점에, 각당간 이념과 정책의 차이라는 노선갈등에도 큰 원인이 있다. 이때문에 이미 호소카와총리가사임하기 훨씬 전부터 2기연립의 균열은 발아해 있었다. 작년 쌀개방 대립을시작으로, 정치개혁법안 처리과정의 동요, 국민복지세 파동, 그리고 내각개편 암투에 이르기까지 연립내 노선&정책이 사사건건 충돌, 결국은 감정싸움으로 비화되기도 했다. 리더십부족까지 겹친 호소카와 사임은 이같은 연립내 갈등을 일거에 분출시킨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일본의 {정권파동}을 자민당 {38년 독재}이후 진로를 찾지못하고 있는 과도기의 일본정치 현실, 특히 경제에 미치지 못하는 후진성을여실히 보여준 계기였다고 평가한다. 연립각당이 2주일간 {진흙탕}을 헤맨 끝에 오히려 예전보다 더욱 심각한 균열소지를 만들어 안은 채 다시 원점에 선셈이기 때문이다. 이는 국민의 선택과는 하등 관련이 없이 권력에 집착한 정치세력간의 이해와 삭의 논리, 그리고 정계재편-차기선거만을 의식한 소동이었다는 점이 지적된다.

연립측은 새 정권발족을 위한 후임총리 선출에 앞서 예상대로 이념과 노선싸움에 눈을 돌렸다. 권력주도권 선점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신당선구가 대표자회의 불참을 선언한 것은 연립 최고실권자 오자와이치로(소택일낭) 신생당대표간사와 이치가와(시천웅일) 공명당서기장의 이른바 {이치이치 라인}에 대한다케무라(무촌정의) 대표(관방장관)의 공세실패를 의미한다. 차기는 이들의전횡을 막는게 선결과제라며 사회.민사당과 합동작전을 폈지만, 권력미련이강한 두당의 외면으로 다케무라는 밀렸고, 결과적으로 {이치이치 라인}은 더욱 강성해졌다.

아울러 전개된 재편극은 자민당 와해작전까지 겸한 오자와의 치밀한 전략에서 나왔다. 다케무라와 사회당좌파 등을 연립에서 떼어내고, 대신 자민당 와타나베(도변미지웅) 전부총리 세력을 끌어들여 노선이 통일된 연립을 출범시킨다는 것으로 정계2기 리합집산의 전초전이었다. 열쇠를 쥔 사회당이 긴장해선방하고 자민당내 와타나베 동조세력이 예상을 밑돌아 시발에 그쳤다. 하지만 자민당 분열재촉, 연립균열 심화등 정가의 불확실성을 높였다.그러한 격전후 마지막으로 맞붙은 게 정책논쟁이다. 사실상의 총리후보가 정해졌음에도 지명날짜를 예측못하는 넌센스속에 계속된 논란은, 사회당의 당이념 변경문제가 걸려 또 좌초위기를 낳았다. 오자와등은 내친김에 중도 시비의소지를 막고 위기관리 체제를 갖추자는 속셈이었다. 북한핵문제 대처와 세제개혁이 최대초점으로 부상해 공방이 벌어진 것은 그래서다.북핵문제는 헌법해석과 관련법 개정이 필요해 민감한 사안이고, 세제는 복지세파동의 연장선이라고 보면 된다. 이들은 그러나 다시 벼랑끝의 타협으로 미봉상태에 그쳐, 멀잖아 터져나올 불씨라는 게 지배적 시각이다.오자와등 주도세력이 대북제재가 취해질 긴급사태시 한.미와의 긴밀한 협조로 법개정을 포함해 대처하자고 주장한데 대해 사회당이 끝까지 버틴 것은 북한과의 오랜 인연 배려, 호헌입장의 알레르기등이 작용한 것이다. 이는 미일안보조약을 방위기축으로 하는 정부정책과, 여당인 사회당의 당노선이 정면충돌한 격이어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문제다.

세제개혁은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소비세인상과 관련된 문제이며, 대미무역마찰 해소와도 연결된 것이다. 그러나 사회당은 소비세폐지를 당노선으로 해왔다. 이번에 어떻든 간접세 형식이긴하나 세율인상을 용인함에 따라 사회당은 노선을 바꾼 격이 됐다. 결국 북핵관련 안보논의와 세제문제등 당의 기본이념이며 존재의의라고 할 내용에 애매한 태도전환을 보였고, 이는 오로지 정권틀안에 있겠다는 사회당의 미련과 모순을 뚜렷이 보여줬다. 이 모순은 하타정권 출범후 갈등재연의 {보증수표}라는 분석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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