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여의 국가정보 독점

이기택민주당대표의 미국방문을 수행취재하면서 미국의 여야관계와 한국의여야관계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현지외교관이나 언론계인사들을 통해알수 있었다.미국의 여야는 투쟁적이거나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고 정책의 차별성에 근거한 상호보완적 관계로 설명할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의 핵심은 역시 국가정책을 결정할 정보의 공유를 근거로 대고 있다. 물론 정권교체가 빈번하다보니여당이 국가정보를 독점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당연 국익차원에서는 여야가 따로 없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정부, 여당이 정보를 독점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야당을 정책의 카운트파트너차원보다는 귀찮은 존재로 간주하고 있다. {우리들이 알아서 할테니 너희들은 몰라도 된다}는 발상도 다분히 내포되어 있는 인상이다.

이대표도 21일 코리아소사이어티모임강연에서 야당의 대표로서 정보의 한계를 시사했다. 이 자리에서 북한핵보유여부를 묻는 모회원의 질문에 김영삼대통령이 {없다}고 했고 지난번 청와대영수회담때 그가 {내가 당신보다는 많은정보를 갖고 있어 더 잘 안다}고 말했다고 소개했을 정도이다.그러나 야당의 불만은 정보의 부족때문만은 아니다. 정부가 야당을 속인다는것이다. 지난번 UR협상과정에서도 철저히 야당을 기만했다고 생각하고 있다.국정의 동반자라기보다는 UR비준처리등 그때그때 필요할 경우만 이용하려는속셈을 가졌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병오정책위의장도 얼마전 북한핵문제나 미국의 무기구매압력 그리고 통상문제등 국익이 달려 있는 현안에 대해 정부여당이 미국등의 눈치를 보며 감히 할수 없는 얘기를 야당이 대신할수 있는데도 이같은 역할분담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대표 방미를 수행하고 있는 모정책간부는 미국측이 패트리어트미사일등 더많은 군사장비를 구매해줄 것을 우리정부에 요청해오고 있고 정부도 이같은압력에 어찌할수가 없었든지 야당이 좀 대신 목소리를 내달라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고 소개한뒤 미리 국익차원에서 대처논의도 없이 이럴때만 야당이 필요한가라며 분노를 삭이지 못했다.

여야관계의 바람직한 좌표는 정부, 여당이 야당을 무시하고 활용할줄 모르면미국에 더욱 매여 속으로만 끙끙댈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에서 찾아야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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