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와대 국면전환카드 찾기 고심

청와대가 국면전환을 위한 장고에 들어갔다. 이회창전총리의 전격사임이라는돌출사건의 파장이 예상외로 증폭되고, 야당의 공세가 갈수록 도를 더해가고있다.야당이 {인치논쟁}과 {문민독재론}으로 새정부의 통치 스타일을 공격하고 나온 이래 김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집권 1년도 안돼 급격한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는데다 외교안보정책의 혼선, 주요정책담당자들의 실언, 사전선거운동시비, 김영삼인맥의 잇단 실책등이 개혁세력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구멍을 내고 있고, 경제마저 잘 풀리지 않는다.

이같은 정치적 수세상황에서 조계사 폭력사태, 상무대의혹에 이어 문민개혁의 상징처럼 내세워왔던 이전총리의 사임이 김대통령의 개혁의지와 통치철학에 중대한 의문을 던진 것이다.

김대통령은 지난 23일 이전총리 사임후 첫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총리경질을계기로 내각이 심기일전해 일하는 계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이말은 어수선한 비서실분위기를 수습하기 위한 의례적인 말로도 해석될 수 있으나, 이영덕새총리의 내정으로 공석이 된 통일부총리의 임명을 앞두고 있어서개각등 정국전환의 카드를 마련중임을 암시하는 것으로도 받아들여지고 있다.이와때맞춰 25일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의 내각총사퇴 주장과 관련"새총리의 국무위원 제청권을 자유롭게 행사하도록 하기위해 전 국무위원이총리에게 일괄 사퇴서를 제출한 전례는 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내놓기도 했다.

개각과 관련한 청와대의 표면적 입장은 "이전총리의 경질이 문책성 인사인만큼 대폭 개각은 없을 것"이라는 쪽이다. 총리경질은 대통령의 고유 인사권을 행사한 데 지나지 않으므로 정치공세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논리로 밀어붙이며 시간이 지나기를기다리는 YS식 정면돌파 방식과도 맥이 통한다.김대통령은 일요일인 지난 24일에는 가족과 손자들과 함께 외식을 하고 영화관람을 하는 여유를 보였고, 25일엔 경기도 안산공단에 들러 기업인 근로자들과 국제경쟁력 강화에 관한 토론회를 가지는 등 의식적으로 정치권을 외면하는 여유를 보였다. 그러나 정부 여당권에서는 총리의 경질이 국면전환보다는오히려 정부 여당의 입지를 더욱 어렵게 한 만큼 국면전환을 위해서는 그 이상의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대폭개각의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쪽도 없지않다. 개각은 이미 지난해한차례 사용한 낡은 카드이며, 집권 1년2개월만에 총리와 부총리를 두차례씩이나 바꾸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판국에 대폭개각은 오히려 현정부의통치능력에 의문을 증폭시킬 뿐이라는 우려다.

그러나 이같은 우려도 국면전환의 필요성을 부인하는 쪽은 아니다. 청와대일각에서는 한때 대규모 사정, 북한 벌목공의 조기입국, 새로운 경제정책의제시, 외교안보팀의 교체등 획기적 정책제시를 통한 분위기 쇄신방안도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집요한 야당의 공세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방안으로 여권이 한곳으로 힘을모으는 대화합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조심스럽게 제시되고 있다.김대통령 올해가 재임기간중 선거가 없는 유일한 해이므로 이기간동안에는국력을 국가경쟁력 제고에 고스란히 투자하는 한해가 되기를 바랐다. 그러나정국은 연초부터 기대와는 딴 판으로 흘러 하루가 멀다하고 사전선거운동 시비, 조계사 사태, 상무대 의혹이 터져나왔다. 청와대는 이미 이무렵부터 야당의 공세를 따돌릴 정국전환의 필요성을 의식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문민정부 최대의 위기}로도 표현되는 난국속에서도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는 {여유}뒤에는 국면전환을 위한 획기적 {카드}를 찾지 못하는 청와대의말못할 고민이 숨어있다는 것이 일반적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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