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실세 빠진 총리이임식

"문민정부 제2기 내각의 총리로서 산적해 있는 여러가지 국가적 과제들을 충분히 해결하지 못하고 {무거운 짐}만 남겨놓고 떠나게 된것을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25일 국회에서 여야가 신임총리국회동의안을 두고 첨예한 대립을 벌이고있던오후2시, 세종로 정부청사 19층에서는 이회창전국무총리가 장-차관과 재경3급이상 공무원 3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자신의 이임식을 무거운 표정으로 치르고 있었다.

이전총리는 3분만에 끝난 짧은 이임사를 통해 {무거운 짐}이란 표현을 두번이나 강조해 사용했다. "넉달전 이자리에서 여러분들께 제 능력이 닿는한 국정담당자인 공무원들이 소신껏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보겠다고 말씀드린바 있으나 돌이켜 보면 여러분께 {무거운 짐}만 드렸을 뿐"이라고도 했다. 23일 가진 총리실직원과의 별도 이임식에서도 이같은 표현이 두번거듭됐었다.

그가 남긴 무거운 짐이란 무엇일까. 분명히 알길은 없지만 관례적으로 하는말인 {못다한 일}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공연히 소신을 피력하다 그같은 작용에 따른 예상되는 반작용으로 장차 더더욱 위축되고 복지부동이 될 공직사회가 목에 가시처럼 걸렸던 것일까.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지론인 법과 질서를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우리사회에 법과 질서가 존중되고 또 이것이 제대로 지켜지는 것이 국가발전의 가장 기본적인 요제라는 소신을 가지고 있었으며 최선을 다해 이를 실현하고자노력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채 총리직을 떠나게 되었습니다"물러난 23일 밤 모신문가판을 보고 "이럴수가 있느냐"며 극도의 서운함을 표했던 그이기에 항변으로 해석되기도 한 대목이다.

총리가 교체되면 이취임식을 같이하는 것이 관례지만 이날 신임총리의 국회동의가 불투명해짐에 따라 이임식만 우선 치러졌다. 이같은 예는 과거 6공때노재봉총리가 정원식총리로 교체될때 정신임총리가 외유길이어서 이임식을우선 치른 선례이후 처음있는 일이라는 설명. 이날 이임식에는 장관들중 민주계 {실세장관}인 서청원정무, 최형우내무가 빠졌다. 이병대국방도 행사참석으로 불참했다. 이영덕총리내정자는 국회인준도 안된 시점에서 모양상 좋지않다는 설명에 따라 불참했다. 서, 최장관은 국회표결에 대비, 국회대기중이라는확인이 따랐지만 고의로 회피한 인상이 짙었다.

한솥밥을 먹던 일부 여권인사들로부터 자신에 대한 격하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전총리는 장차관과 악수를 나누고 사진을 찍고는 자택으로 직행,야인생활에 들어갔다. 이임식 총소요시간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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