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윤기수 I.C.G 대표등 3명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대표적 백인 도시인 케이프타운은 폭풍 전야처럼 긴장감이 엄습하는 가운데 비교적 조용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이미 흑인들이점령해버린 남아공 최대의 상업 도시 요하네스버그의 무정부에 가까운 가열상태와는 판이한 분위기다. 그러나 거리를 어지럽게 장식한 각 정당의 지지호소 포스터는 오늘부터(현지 26일) 사흘간 실시되는 남아공 최초의 전인종총선거 열기를 느끼기에 충분하다.3백42년간에 걸친 백인 소수통치를 공식적으로 종식 시키는 이번 전인종 총선거에서는 2천2백만 유권자들이 총 27개 정당들의 후보들중 임기 5년의 중앙의회(4백의석)와 9개 지방의회 의원을 선출하게 된다.

세계사에 유례없는 악랄한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은 흑인의 기본 인권과 참정권이 탄압을 담보로 했던만큼 백인들은 서구인 못지 않은 삶을 누린 반면 흑인들은 무지와 가난의 늪에서 빠져 나올수 없었다.

그러나 지난 89년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으로 악명 높던 피더 보타 대통령의뒤를 이은 프레데릭 데 클레르크 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남아공은 세계무대복귀를 위한 발걸음을 디디기 시작했다. 데 클레르크 대통령은 90년 2월 최대의 정적인 넬슨 만델라 당시 ANC(아프리카 민족회의)부의장을 27년간의 감옥생활에서 석방하고, 33개의 흑인 저항 단체들을 합법화시켜 전인종 총선거의 초석을 깔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전인종 총선에 참여하는 흑인정당중 가장 온건한 성향을 보이고있는 ANC의 집권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남아공의 정치, 경제 전문가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선거 캠페인 동안 각당이 경쟁적으로 발표한 장미빛 선거공약은, 흑인정권의 탄생과 함께 정국 운영의 최대 장애물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또 지금까지의 향유해온 기득권을 별다른 안전장치 없이 흑인들에게 내주는데 강력한 반발을 보이고 있는 강경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행보는 남아공 정국의 시한 폭탄으로 간주되고 있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90년대 들어 각국의 경제제재 조치가 해제되고 있고, 총선이 끝나고 정국이 어느정도 안정되면 풍부한 지하자원을 바탕으로한 경제 상황이 호전 될 가능성이 비교적 높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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