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투표권위임...{어항속 한표}

이번 상의 선거 기간에 일부 하청기업주들은 [선거가 끝나면 데모라도 해야겠다]고 별렀다. 표 부탁에 [고문 당하다시피 한] 끝에 더 이상 이같은 선거제도를 방관해서는 안되겠다는 결심을 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표는 한 개인데 달라는 사람은 여러 명이어서 생기는 문제이다. 상의 선거는비밀이 보장되지 않는 사실상의 공개선거. 이것이 이같은 문제를 불러오는원인이다. 이야기는 상의가 개인 회원과 법인회원으로 구성되는데서부터 복잡해진다. 개인은 독자적으로 투표권을 행사한다. 그러나 법인은 사람이 아닌회사이기 때문에 누군가가 그 투표권을 행사할 수 밖에 없다. 상공회의소는이 부분에서 법인의 투표권을 다른 사람에게 위임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사실상의 공개 투표가 가능케 길을 열어 놓고 있는 것.이렇게 되자 여러 입후보자가 나서서 그 표를 달라고 요구하게 되는 것이다.이것이 상공의원 투표권이니 만큼 우선은 상공의원 후보들이 많이 요구할것은 당연하다.그러나 회장 후보자들도 이 표를 요구한다. 입후보한 자기쪽상공의원을 지원하기 위해서이다. 나아가 표가 충분히 확보되면 일부러 자기쪽 후보를 더 내세워 상대쪽 후보를 떨어뜨리려 하기도 한다. 상의 선거가 이렇게 치러지는 만큼 표를 제일 많이 얻었다든가 하는게 상공의원으로서의 지지도를 반영하고 인기를 얘기하는 척도는 절대 될수 없기도 하다.표 확보가 이같이 중요하다보니 표를 요구 받는 업체들의 스트레스도 그만큼커진다. 거래선이 여러개여서 여기서도 달라하고 저기서도 달라지만 표는 하나뿐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고통에서 끝나는 것도 아니다. 까딱 이 과정에서표를 못받은 거래선은 아예 거래를 끊어 버리기까지 한다. 대구 업계가 중소기업 중심이고 이들이 원하청 구조를 이루고 있음을 생각하면 상의선거로 인한 엉뚱한 피해가 얼마나 될지 짐작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은행 지점장들까지 바빠지기도 한다. 큰 거래선을 유지하려면 표를 모아다 {바쳐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 은행에서 돈빌려 쓴 업체가 또 졸려야 할 것이다.{공개 투표}는 이외에도 회장 후보 양진영 간에 감정적 대결 상황까지 불가피하게 만드는 또다른 문제를 유발한다. 표가 드러나다 보니 네편 내편이 확연해지고 빤한 표를 놓고 서로 가져가려니 감정의 골까지 생기는 것이다. 선대때의 선거 감정이 2세에까지 연장돼 있는 경우도 있다는 얘기도 있을 정도이다.

이러한 문제의 원천인 {투표권 위임 허용} 조항만 바꾸면 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상공회의소 의원 선거령}(대통령령)은 [법인대표자가 투표에 참가할수 없을 경우 대리인을 투표시킬 수 있다]고만 돼 있다. 그러나 대구상의{선거규칙}은 [당해 법인의 임직원이 아닌 다른 개인도 대리인이 될 수 있다]고 자의적으로 그 의미를 확대 규정하고 있다. 이제 진정으로 그 폐해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면 15대 회장은 이것부터 [당해 법인의 임원만 대리인이 될 수 있다]고 바꿔야 할 것이다.

상공인 단합을 입으로만 말하더라도 이것만 옳게 고쳐준다면 일 안했다는평가는 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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