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덕신임총리는 2일 오후 취임이후 첫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자신이향후 어떻게 국정을 이끌어 나갈지를 상징하는 몇가지 사안을 국무의원들에게 당부했다.이총리는 우선 국정수행에 있어 그방향을 크게 {지속적 개혁추진}과 {국제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이것은 문민정부의 최우선목표에 다름아니다. 이회창전총리도 취임사에서 이를 강조했었다. 하지만 이총리는 여기에다 총리임명이후 계속 주장해온 {모두의 화합을 바탕으로 혼연일체를 통해}라는 말을 전제했다.
이회창전총리 파동의 직접적 원인이 특히 청와대참모진들과의 불협화음에 있음을 인식한 이총리나름의 문제의식에 따른듯했다. 이날 오전 민자당 김종비대표를 신임인사차 예방한 자리에서도 이총리는 이를 유난히 강조했다. 특히김대표에게 [앞으로 정부에 대해 요구하거나 꾸짖을 일이 있으면 나한테 직접 말해달라]고 한것도 당정간 화합과 조율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일 것임을약속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총리는 이같은 당부에 앞서 또한 이날 {건의}란 표현으로 공직자들이 근무시간에 집중적으로 일함으로써 업무수행의 밀도를 높이고 퇴근후에는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나누는등 가정사에 힘써 인간다운 삶을 누릴수 있도록 생활문화를 고쳐나가자고 했다. 이날 각의에서는 때마침 공무원들의 해외여행을 자유화하고 출장비를 인상하는 내용의 안건이 통과되기도 했다. 이총리는 특히공무원의 출장비를 올리는 여비규정개정안에서는 [그것으로 충분하겠느냐,단계적으로 더 올려 현실화하라]고 지시함으로써 복지부동 공직사회의 사기앙양책의 방향을 시사하는 모습이었다. 물론 이같은 안건들은 정부가 몇달전부터 추진해온 사안이며 공교롭게도 이총리가 주재한 첫 각의에서 상정된 것이지만 이날 이총리의 발언이나 태도로 볼때 공무원을 위해 신경을 쓰겠다는 모습이 뚜렷했다는 것이 회의참석자의 설명이다.
이회창전총리는 지난해 12월 취임직후 포탄도입사기사건을 철저히 수사하라고 총리로서 첫 {지시}를 내렸다. 그뒤 첫 국무위원간담회자리에서는 최형우내무장관등을 겨냥, [내각성원 모두가 실세장관이 되어야 한다]고 내각의 실세화를 강조했었다. 취임초 신-구총리의 첫 {건의}와 {지시}에서 비교되듯 앞으로 우선 각부처장들이 모여 행정부의 현안과 과제를 심의-의결하는 국무회의의 분위기와 모습이 크게 다를 것으로 해석된다. 총리실의 한관계자는 [앞으로 국무회의의 성격이 국정을 앞장서서 이끌어나가는 향도역보다는 자유로운 의견교환과 광범위한 토론을 토대로 민의를 수렴, 조화해나가는 조정자역을 주로 맡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총리가 이날 국무회의를 {민주적 집단사고의 장}으로 삼겠다고 언급한 것도 이같은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결론적으로 새내각의 정책결정과정이 각부처의 고유권한과 기능을 최대한 존중하는 방향으로 운용될 것이라는데 대해서는 별다른 이견이 없는듯 하다. 그러나 이총리가 자율성과 화합을 중시하면서 부처이기주의를 극복할수 있을지,공무원해외여행자유화등의 정책과 국가경쟁력강화라는 국정지표와의 갈등은어떻게 해결해나갈 것인지등 내각운영의 상충점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문제가 당장의 난제로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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