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등-어른들 싸움에 꺾인 {새싹}

[광현아 어디 갔노 내가 잘못했데이]3일 오전7시 대구북부경찰서 형사계 보호실. 자신의 집에 불을 질러 결과적으로 외손자 정광현군(6)을 숨지게한 이모씨(58.북부 칠성2가)가 자책감으로울부짖고 있었다.

이날 0시30분쯤 가족과 다툰뒤 홧김에 마당에 석유를 뿌리고 불을 질러 작은방에서 자고있던 광현이가 빠져나오지 못하고 화를 당했던 것이다.광현이는 4년전 엄마가 암으로 숨지고 아버지는 서울 지하철공사장에서 일하게 돼 외가에서 생활해 왔다.

엄마 아빠가 곁에 없었지만 광현이는 똘똘하고 명랑해 외가식구들 뿐만 아니라 동네사람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한순간의 실수로 귀여운 외손자를 숨지게 한 이씨는 [지난주말 현이와 가창유원지에 놀러갔을때 그렇게 좋아할수 없었다]며 [이 할애비는 평생 감옥에서속죄하며 살끼라]고 탄식했다.

사고현장에는 집이 전소돼 가재도구만 어지럽게 널려 있었고 광현이는 연기에 목이 멘 듯 물병을 꼭 껴안은채 무너진 흙더미위에 뉘어져 있었다.애타게 엄마를 불렀는지 얼굴에는 눈물자국이 뒤범벅인 상태였다. 광현이 때문에 결혼까지 미루다가 지난주 서울로 시집간 이모 이모씨(40)는 사고소식을듣고 달려와 광현이의 처참한 모습을 보고는 정신을 잃고 말았다.이씨는 [나를 엄마라 불렀다]며 [시부모의 허락으로 한달간 서울로 데려갈예정이었다]고 말해 이웃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서울서 달려온 아버지 정모씨(31)는 광현이의 시신을 껴안고 [돈을 벌어 단둘이서라도 잘살아 보려 했는데 내가 너를 이렇게 만들었다]고 통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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