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현대사면 조율안돼 국면 꼬였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3일 오전 {일선 은퇴}를 선언하겠다고 예고한출국기자회견에서 (명예회장직을 유지하며) 현대그룹에 자문역할을 하겠다고말한부분의 진의를 둘러싸고 정부와 현대그룹의 해석이 크게 엇갈려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정회장은 이날 회견에서 앞으로 현대그룹의 경영은 정세영회장에게 맡기고나는 서산농장에 전념하겠다고 말해 현대그룹 관계자들이 예고한 것처럼 {경영일선은퇴}를 선언하는듯 했다. 그러나 명예회장직도 물러난다는 말이냐는 연이은 질문에 대해서는 {금시초문}이라면서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말해 적어도 자신의 생각은 명예회장직을 계속 유지하는 것임을 분명히 했다.정씨는 또 현대그룹이 자문을 요구하면 응하겠다고 말해 {일선 은퇴}의 진의를 의심케 했으며 더욱이 기자회견 전에는 별 일도 아닌데 기자들이 많이 와당혹스럽다고 말해 기자들을 오히려 어리둥절하게 했다.

이처럼 정씨의 발언이 다소 앞뒤가 맞지 않게 나오자 정씨를 동행했던 6남정몽준의원은 서둘러 기자회견을 마감한 뒤 기자실로 다시 찾아와서 서산농장에 전념하겠다는 말은 그룹 경영에서 손을 떼겠다는 뜻라고 부연 설명했다.현대그룹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정명예회장은 일선에서 손을 뗀 것이고 제3자로서 자문은 창업주로서 {가장 최소한의 일}이 아니냐는 주장이다. 그러나이같은 해명은 현대의 입장만 더욱 곤란하게 만들고 있다.

정씨의 은퇴선언 소식을 듣고 아침 일찍 현대 관련 주식을 매입했다는 재계관계자는 기자회견 결과를 보고는 [정씨는 은퇴 뜻이 없는데 측근들이 {사면}을 위해 그를 밀어내는 {현대판 고려장}이 아닌가 싶다]면서 주식 매입을 후회하기도 했다.

결국 현대가 뭐라고 해명하든 {현대그룹의 최고 실세}인 정씨가 자신의 입으로 {완전 은퇴}를 분명히 말하기 전까지는 해결된 것이 아무 것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현대 사면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청와대 관계자들이 정씨의 발언에 대해 명예회장직을 그대로 보유한다면 종전과 크게 다를 바 없는게 아니냐는 반응을 보여 이날 오전 현대그룹이 의욕적으로 기획했던 {정씨 은퇴 선언}기자회견이 소기의 목적을 다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들은 정씨의 출국 기자회견이 사전에 정치권과 {조율}을 맞춘 것이지만 정씨와 현대그룹의 입장이 정리되지 않아 {다소 꼬인} 것으로 보고 있다.몽준씨를 비롯한 현대측 관계자들은 청와대측과 계속 접촉하면서 {현대 사면}을 요구했으며 때마침 지금 상황이 현대를 비롯, 정부와 {불편한 관계}에 있던 상대들을 {사면}함으로써 {대화합}이 필요한 때라는 정부 인식과 맞물려{은퇴 기자회견}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상황을 정씨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명예회장직을 포함, 완전 은퇴하고 서산농장에만 전념하라]는{직언}을 할 사람이 과연현대그룹 내에 있느냐는데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청와대측과 접촉해온 것으로 알려진 정세영회장이나 정몽준의원의 경우 정치권의 기류를 정확히 파악했을 것으로 짐작되지만 이 기류를 정씨에게 전하는과정에서 {완곡한 표현}을 사용했을 것이고 {완곡한 표현}은 결국 (명예회장직을 보유한다해도) 이만하면 은퇴가 아니겠느냐는 정씨의 판단으로 이어져{일을 꼬이게} 만들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는 정씨의 발언이 사실상 {은퇴 선언}이라는 점을 정치권에게 알리기 위해 분주하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상황은 원점으로 돌아온 것 같다는 회의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재계의 관심은 이제 정씨의 기자회견에 대한 청와대의 {평가}가 어떻게 내려질 것인가에 쏠려 있다. 말은 안했지만 정부가 이제 그만 현대그룹에 대한{족쇄}를 풀어줄 때가 됐다는게 재계의 속마음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정씨도당초 약속대로 그룹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야 정치권에서도 그의 정치 참여{전력}을 완전히 용서해 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설득력 있게 회자돼왔다.

재계 소식통들은 만약 이번 기자회견이 정치권으로부터 무시당할 경우 공은일을 매끄럽게 마무리하지 못한 현대측에 다시 넘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칼자루}를 쥐고 있는 정부에 대해 현대가 다시 어떤 시도를 할 것인지가 주목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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