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하수마저...오염실태와 보존대책(6)-죽음의 물

페놀사태 이후 우리는 비로소 지하수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러나선진 여러나라들은 이미 1백여년전부터 지하수에 대한 조사와 합리적으로 보존관리, 그 이용률이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기본생활 영위에는 1인당 하루 80리터정도의 물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2백20만 대구시민을 위해서는 적어도 하루 17만6천t을 공급할 수 있는 비상급수시설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대구지역에서 비상시에 동원할 수 있는 지하수량은 고작 9만9천7백t. 최소 필요량의 절반수준에 불과하다. 상수체계가 무너졌다고 가정할 경우 이 정도 지하수로는 비상식수구실밖에 못한다. 지하수개발이 시급한 시점이다.대구시는 92년부터 매년 1천t씩의 지하수를 개발하고 있다. 1천t을 확보하기위해서는 2개의 지하관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문제는 이미 설치된 관정 가운데 지하수오염으로 매년 1개씩을 용도폐기해야할 형편이다. 더 큰 문제는 지하수량이 급격하게 줄어들어 {과연 필요량을 확보할 수 있느냐}다. 지하수가마구 퍼내져 이미 고갈현상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지하수 개발도 중요하지만 불필요한 곳으로 지하수가 누출되지 못하게 하는 강력한 장치가 더욱 절실한 실정이다. 무턱대고 개발만 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지방자치단체는 지금부터라도 대구지역의 지하관정 실태를 정확하게 파헤쳐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 관리부실로 인한 부작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불법으로 지하수를 퍼내 쓰는 정도는 문제도 아니다. 최근에는 기상천외한 일까지벌어지고 있다. 지하수가 오염돼 지하관정이 제구실을 못하자 관정을 폐기하기는 커녕 거꾸로 그 관정으로 폐수를 흘려보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놀랍게도지하관정이 비밀 폐수구 역할을 하고 있다. 각종 폐수가 바로 여과작용없이대수층으로 쏟아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페놀사태이후 폐수배출 단속이 강화되자 악덕기업인들에 의해공공연히 행해지고 있다. 폐수배출업체 종사자들로부터 이같은 사실을 확인해보면 사태가 심각함을 알수 있다. 지하관정으로 폐수를 버리는 행위는 바로우리의 심장에 비수를 들이대는 것과 같다. 이런 {살인행위}가 지금도 자행되고 있지만 아무도 단속을 못하고 있다. 모두가 사후 관리부재 탓이다.불필요한 지하관정은 철저히 폐쇄됐는지 시급히 점검돼야한다. 이런 현실속에서 어떻게 지하수를 생명수라 할수 있는가. 지하암반사이에 오염물질이 끼이면 원상회복은 거의 불가능해진다. 우리의 지하수는 생명수가 아닌 {죽음의물}이 될지도 모른다.

"선진국들의 지하수 음용화율은 60-90%수준이다. 대부분의 지하수는 그냥 마실수 있게 돼 있다. 그러나 대구지역의 경우 지하수를 선뜻 마실 사람은 드물다"는 성익환박사는 "우리의 좋은 지하수는 다 망쳐놓고 외국 생수를 비싼가격으로 수입해 마시는 어리석음을 저지르고 있다"고 개탄한다.지하수원 음용화기술이 실용화되려면 적어도 10년의 연구개발기간이 필요하다. 지하수 음용화기술이란 지하수가 오염된곳에 취수탑을 설치, 물을 끌어올려 식수가능토록 처리한뒤 다시 지하로 내려보내 지하수를 언제든지 마실수있는 상태로 유지하는 작업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지질조사가 선행돼야 한다. 현재 대구의 지하수 높이가얼마나 낮아졌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해야한다. 이같은 작업은 민.관의 협조없이는 불가능한 것들이다. 물론 오염원도 철저히 규명돼야 한다.그러나 수돗물보다 귀중한 지하수를 전담하는 기구조차 없는 현상황에서 도저히 이같은 작업을 기대할수는 없다. 하루 빨리 지하수 전문기관이 설립돼야한다. {하천이 오염된 선진국은 있어도 지하수가 오염된 선진국은 없다}는말처럼 지하수는 우리의 마지막 생명선임이 분명하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