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말화제-{못다한 부모봉양} 12년

"평생 고생만 하시다 돌아가신 부모님이 생각나 가끔씩 가까이 있는 어르신네들을 찾아뵙는 것 뿐입니다"이경란씨(50.대구시 서구 내당1동 내당시영아파트 9동508호)에게는 가정의달이나 어버이날이 따로 없이 노인공경이 평상의 일처럼 돼 있다.이웃 내서경로당과 삼화경로당을 방문, 외로운 노인들의 말벗이 돼주고 가족의 따뜻한 정을 나눠온지 12년이 넘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또 3년전부터 홀로 사는 최만석 할아버지(72.대구시 서구 내당1동28의25)와 김옥순할머니(68.대구시 서구 내당1동 199의34) 두분을 의부모로 모시고 명절은 물론 매달 틈나는대로 찾아가 딸노릇을 하고 있다.12년전 내서경로당이 천막 가건물에 들어섰을때 주위에서 식당을 하던 이씨는 가끔씩 국수를 말아드리거나 청소를 해주는 것을 시발로 노인을 친부모처럼 모셔왔다고 한다.

"지금은 경로당이나 양부모님을 뵈러갈때 우유 빵 막걸리까지 챙겨서 가고명절엔 약소하나마 양말 내의라도 드릴수 있습니다. 가끔은 용돈도. 참 많이좋아졌죠."

그러나 형편이 넉넉해서 이씨가 이렇게 하는 것은 아니다.

14년전 남편을 여읜 이씨는 서문시장에서 멸치.미역.오징어등을 도매로 구입,식당과 가정집을 돌며 팔아 두딸과 함께 생계를 이어왔다.

사글세 신세에서 현재 살고있는 아파트를 2천5백만원에 전세든 것도 불과3년전. 이씨는 행상을 마치고 저녁때 집에 오면 깨를 볶아 참기름을 짠다. 한병을 내다팔면 1천5백원의 이익이 생긴다. 운수좋은 날은 5-6병씩 팔수 있다.여기서 남는 이익금과 쪼갠 돈이 경로당과 양부모님을 찾아뵐때 드는 경비로쓰인다.

이씨가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 인기있는 것은 {선물}만은 아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얼굴을 환한 웃음 꽃밭으로 만드는 이씨의 {재담}이 더 큰 매력이다."얼마나 재미있게 놀아주는지 몰라. 노래는 또 얼마나 잘한다구. 요즘 젊은이들이 늙은이하고 얘기하는걸 좋아하나"

삼화경로당 김삼출 할아버지(79)는 {수양딸} 칭찬에 입이 마른다.의부모로 모시는 최할아버지와 김할머니 역시 어깨도 주물러주고 목욕도 시켜주는 이씨를 기다리고 의지하기는 마찬가지다.

"아버지는 23년간 중풍으로 고생하시다 12년전에 돌아가시고 어머니도 6년전에 고혈압으로.지금 살아계시면 빚을 내서라도 제주도 구경을 시켜드릴텐데.후회하지는 않습니다. 주위의 어려운 노인분들이 모두 아버지.어머니이시거든요"

이씨의 {노인봉양}은 이처럼 계속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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