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획일적 학교규범 벗어나면 매정한 징계

요즘 손의호씨(50.영주시 휴천동)는 푸른하늘을 쳐다볼 때마다 구멍이 뻥 뚫린듯하다. 곳곳에서 떠들어대는 {청소년의 달}이란 구호가 더없이 공허하다.지난달 28일아침 막내아들 우락이(중학3년)는 전날 소풍갔다온뒤 남은 필름으로 엄마(47)와 웃으며 사진을 찍고 학교에 갔었다. 그러나 그날오후 학교에서 돌아온 그 아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그로부터 1주일, 푸른하늘을 쳐다보면 그 아들이 어른거려 하늘을 바라볼수가 없다. 돈 1만원이, 아니면 그렇게 아끼던 머리를 깎였기 때문인지 결국은 사춘기 중학생의 상한 자존심이 자살을 택했을 것이라 손씨는 믿고있다.손씨는 청소년들의 상처입기 쉬운 자존심을 살려주고 예민한 감수성을 보살펴줘야 하는 곳이 학교라고 생각한다. 그가 아들을 가슴에 묻고 온 날, 아들의 친구들이 집에 찾아와 남긴 글에서도 상처받은 10대의 자존심이 아들 우락이를 저세상으로 몰아넣었음을 시사하고 있다.

소풍가기전 어느날 몇이서 친구집에 놀러갔었던 우락이는 이튿날 열쇠를 잃어버린 것을 알고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다른 친구와 함께 어제 갔던 친구의 빈집에 갔었다. 이튿날 그 친구는 돈 1만원을 잃었다며 학교에서 우락이에게 [돈 내놓으라]고 요구했고 싸움을 벌이다 끝내 교무실까지 끌려갔다.여기서 우락이는 선생님에게서 따귀를 얻어맞고 차였으며 머리깎는 기계로머리까지 깎였다고 한다. 이후 학교측은 [정강이를 구둣발로 차거나 도둑질을했다고 몰아붙인적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우락이는 머리를 흉하게 깎인뒤친구를 통해 1만원을 박군에게 전해주고는 영영 먼길을 떠났다.손씨와 우락이의 친구들은 우락이가 유난히 머리에 신경썼음을 기억한다. 교문에서의 두발검사를 피해 아침일찍 등교했고 머리가 짧다고 생각하면 항상모자를 쓰고 다녔다는 것. 친구들도 [우락이가 제일 싫어하는것이 머리를 짧게 깎는 것이고 그래서 단속선생님들을 무서워해 했다]고 말한다.손씨는 자식교육을 잘못시킨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고 가슴을 쓰러내리면서도[두발이 규정보다 길다고 심성이 약한 아이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는것이반드시 올바른 교육방법은 아닐것]이라고 주장한다. 개성이 각기 다른 학생들을 획일적인 규정이나 한틀속에 집어넣으려는 교육현실이 밉다고 말한다.5월은 청소년의 달, 학교에서 가정에서 조그마한 실수는 덮어주고 상처는 감싸주고 용기를 잃은 아이들에겐 희망을 주는 그런 오월이었으면 좋겠다.(영주.송회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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