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문서반환 영향 미칠듯

프랑스가 병인양요(1866년) 때 빼앗아 간 외규장각 고문서 가운데 행방이 묘연하던 {기사진표리진찬의궤}가 영국에 유출돼 대영도서관이소장하고 있다는사실은 고문서 반환을 앞두고 미묘한 파문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더욱이 이같은 사실이 한.불간에 문화재 반환방식을 두고 이견이 팽팽한 시점에 확인되어 양국간 외교문제로 파급될 것으로 전망된다.특히 이번에 발견된 {기사진표리진찬의궤}는 현존하는 의궤 가운데 최고의제작 수준이어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일반적으로 의궤는 저주지를 쓰지만 이 의궤는 최고급 초주지로 만들었고,도식을 직접 붓으로 그린 어람용으로 제작된 것이어서 당시 최상급의 의궤 제작진이 심혈을 기울였던 흔적이 역력하다는 것.

저주지란 쌀 한되와 비기도록 만든 지폐인 저화용이다. 초주지는 임금님에게올리는 문서용 종이로 질이 최상급이다.

이 의궤는 순조의 생모인 정조의 후궁 수빈 박씨가 성인식에 해당하는 관례를 치른 후 60년이 되는 해에 아들 순조가 옷과 잔치상을 올린 행사를 기록한내용과 관련해 12장이나 되는 그림을 남겨 의궤 가운데 가장 많은 그림을 남기고 있다.

서울대 이태진교수(국사학과)는 {외규장각 고문서 회수방안 공동연구}과정에서 문제의 이 의궤가 프랑스인 포레(H.FAURE)에 의해 1891년 단10파운드에팔려나가 현재의 대영도서관이 소장하고 있음을 93년 2월에 확인하고 이에 따른 회수방안을 집중연구해 왔다.

특히 지난 1975년 프랑스의 파리국립도서관 파손도서목록에서 한국인 박병선박사가 외규장각 고문서를 발견한 것을 비롯, 이번에 프랑스가 영국으로 의궤를 팔아 넘긴 사실이 확인돼 프랑스가 취득, 관리권에 근거한 약탈문화재의소유권을 주장하기엔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이다.

공동연구에 참가한 백충현교수는 국제법상으로 외규장각 고문서의 반환 방안을 검토, 이교수의 연구와 함께 묶어 이달 말께 최종 보고서를 펴낼 방침.백교수는 "이번 의궤의 발견으로 프랑스가 고문서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했음이 확인된 것"이라며 "어떠한 법이론으로도 약탈 문화재에 대한 소유권을인정받을 수없을 뿐 아니라 고문서를 1백년이나 임시보관창고 등에 방치한 점등은 취득시효에 의한 소유권 이전을 주장할 수 없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프랑스는 지난해 9월 미테랑 대통령이 영구임대에 의한 반환방식을 언급한이래 계속 후퇴를 거듭, 그 나라 일부에선 국외반출을 극력 반대하는 입장까지 공공연하게 드러내고 있다.

우리가 프랑스측에 학술가치가 있는 자료를 시한부로 대여하고 외규장각 고문서는 {영구임대형식}으로 환수한다는 입장인데 반해 프랑스는 상호 자동연장이 가능한 {시한부 대여방식}을 계속 고수하고 있어 외규장각 고문서의 국내 반환은 아직 아무런 진척이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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