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의 원로시인들이 오랜 침묵을 깨고 문예지에 신작을 발표, 눈길을 끈다.그동안 오랜 작품활동기간을 일차 정리하는 뜻에서 과거 내놓았던 시집을 새로운 형태로 손질해 엮어 재출간하거나,작품들을 직접 시기별로 분류해 정리한 시전집을 출간하는등 조용한 움직임을 보여온 원로시인 김춘수, 전상렬씨가 {문학사상} 5월호에 나란히 신작을 선보인 것.김춘수씨는 {바꿈노래 셋}이라는 큰 제목으로 {오디가 익고} {일사} {꿈에고비를 가다}등 세편을 문예지에 특별기고,최근 작품의 흐름을 보여주고있다.{꿈에서처럼/나는 신발 한 짝을 잃고/다만 가야 한다 가야 한다고/소리질렀다./오디가 익고/생각난 듯/3월에 높새가 불고/수염 난 가재가 미수(미수)를살던/마을,/남쪽 개울가/미나리냉이라는 풀이 한낮에도 실눈 뜨고/잠만 자던마을}({오디가 익고}전문)
30년이나 전에 문경근처의 어느 마을에서 얻은 스케치를 지금와서 다른 각도에서 살펴본 시라고 시작노트에 작품배경을 밝힌 시인은 문학에서 문학을 낳는다는 말처럼 내 시에서 시를 낳는다며 패러디라고도 할 수 있겠으나 내가어떻게 변모했는가에 대한 점검이고 성찰이라며 요즘 스스로의 창작경향을 토로했다.
전상렬씨는 신작 {어느 날 오후}에서 노년에 새롭게 발견하게되는 자연의섭리와 그 아름다움을 밀도있게 풀어내고있다.
{푸른 날개를 치는 버들 숲에 앉아/팔랑거리는 숨소리 들으면서/산그늘이 강을 건너와/미루나무 꼭대기에 남은 햇살을/노을 속으로 날려보낼 때까지/보이지 않는 힘을 생각했다.}
살아서 즐거운 목숨의 신비를 느끼며 해가 저물도록 인생을 생각하는 노시인의 상념이 팔랑거리는 이파리와 청량한 산그늘,금빛으로 스러지는 노을무렵의 햇살이라는 투명한 이미지로 읽는 이들의 뇌리에 다가선다. 인간의 목숨이인간의지와 상관없이 초인간적인 힘에 의해서 지배되는게 아닌가하고 반문하는 시인은 마냥 같은 오후의 이미지에서 자연사적 의미를 끌어내 형상화하는등 농익은 시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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