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내그곳을 드나드는 퇴직교장들의 진담반 농담반 얘기로는 단골 회원들의 성분을 가려보면 대체로 세부류로 나눠진다고 한다.
항상 어깨를 펴고 고개는 치켜든 사람과 고개를 반쯤 수그리고 어깨를 약간구부린 사람, 그리고 늘 고개를 꺾고 어깨도 완전히 처진 사람. 회원들의 해석은 이렇다.
첫번째 고개를 치켜든 사람은 정년때 퇴직금을 일시불로 받지않고 연금지급식으로 고스란히 예치해두고 매달 용돈 넉넉히 쓰는 사람. 두번째 고개가 반쯤 수그러진 사람은 퇴직금을 반은 일시불로 받아 자식에게 줘버리고 반만 연금형태로 남겨둔 사람.
마지막으로 고개를 완전히 수그린 사람은 몽땅 일시불로 받았다가 주로 {자식들한테 다 털려(?)버린} 케이스란 얘기다.
늙어서 경제권 잃으면 끝장이더란 뼈저린 체험이 만들어낸 풍자겠지만 날이갈수록 노년층 사이에서 "늙은뒤에 믿고 의지할건 늙은 마누라와 키우던 개와 저금통장 밖에 없다"는 식의 신사고가 번져가고 있는것은 딱한 현상이다.서울 어느 {정년퇴직자를 위한 생활강좌}의 첫째날 첫째 시간 첫주제가 {자식에게 가진것 다주지 말자}더란 얘기도 세상과 가정이 함께 차갑게 변해가고있음을 말해준다.
자식놈들에게 있는것 미리 다 주지말자는 비전통적 사고가 생겨난다는 사실은 신노인세대의 의식이 깨쳐졌다는 면보다 오늘날 우리의 가정과 사회가 그만큼 이기적이고 비정하며 타산적인 분위기로 흐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자식의 정보다 예금통장을 더 믿고 의지해야한다는 것은 분명 인간적이지 못한 불신이다.
그것은 이 사회의 모든 불신의 마지막 끝을 보는 것이나 다를바 없다. 5월가정의 달을 보내면서 한번쯤
개가 3단계로 꺾인다는 자조섞인 풍자는 우스갯소리로만 끝낼 얘기가 못된다.어쩌다 경로의 미덕이 자랑이었던 우리사회에 제자식에게 퇴직금 주지말자는자조적 경구가 생겨나고 늙은 어버이 장롱에 돈이 떨어지면 효심까지 동시에떨어져나가는 풍조가 생겨나게 됐을까.
옛날의 노인세대는 자식에게 있는대로 다 털어주고 설사 그때문에 구박을 받더라도 관계없다는 무한애정의 가치관을 가졌다면 오늘날의 노인세대는 남은내 인생은 내가 살고 내인생 내가 지키겠다는 새로운 가치관을 가졌다고도볼수 있다.
물론 과거의 자식세대는 부모의 주머니가 비더라도 효를 다했으니까 아낌없이 다주겠다는 부모의 무한애정의 용기와 모험을 가능하게 할수있었고 요즘의자식세대는 대체로 그렇지 못하다는 분위기가 생겨나니까 노년세대가 자위책으로 가진것 미리 다 털어주지않는 자기방어가 나올수밖에 없다는 논리도 나올수 있다.
마치 계란과 닭의 논리와 같은 얘기지만 어느쪽의 탓이 크든 오늘의 현실에서는 다방의 자조섞인 풍자가 지배적인 생각들임을 부인할수 없다.그렇다면 현실이 그렇다는 이유로 노부모는 자식을 못믿어 퇴직금을 일시불로 안타쓰고 자식은 돈주머니 끌어안고 자식사정 외면하는 부모를 이기적인존재로 바라보며 경원하는 비인륜적 불신들이 갈수록 커지는것을 마냥 버려둘것인가. 가정의달, 며칠전엔 노부모 가슴에 카네이션이라도 꽂아드렸을 우리젊은세대쪽이 먼저 유연한 사고력으로 생각해보자.
노인세대에겐 이제 시간도 생명도 그렇게 여유가 많지 않다. 그만큼 사고의여유는 그대들 젊은 세대쪽이 더 많다.
그래서 그대들이 노인세대에게, 돈주머니째로 다 물려줘버리고 빈손이 되시더라도 변함없는 사랑과 효성을 바칠수 있다는 신뢰를 확실하게 보여준다면,그래도 내몫 움켜쥐고 외면할 부모가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보자는 얘기다.주위에서, 또는 퇴직한 옆친구들이 주머니 풀어주고 난뒤 설움받는 불신의사례들을 듣고 보면서 방어적 생각을 갖게되는 노인세대를 이기적이라 비난하는 것은 커다란 잘못이다. 우리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역시 따뜻한 부모자식간의 사랑과 신뢰, 그리고 인륜의 미덕이며 또 그것하나만은 끝까지 지켜나가야할 이사회의 생명력이다.
가정의 달을 보내며 심신이 건강한 많은 젊은 세대들에게 우리 부모네들이이낌없이 모든걸 던져주고도 고독과 설움의 고통을 느끼지 않고 살아갈수 있다는 확신과 자신감을 심어드리는 효자효녀가 돼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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