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동 거울은 또 웬 것인지.나는 그냥 조심스럽게 함의 두껑을 닫았다. 그리곤 제법 두꺼운 혜수의 노트들로 눈길을 돌렸다.내가 알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이 노트에서 찾을 수 있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노트는 내가 짐작했던 일기가 아니었다. 글은 뚜렷이 형태가 갖추어져 있지는 않았지만 시(시)라고 할 수 있을만한 것들이 잔뜩 적힌 노트 한권과 그냥 길게 써 내려간 산문들이 적힌 노트가 세권이었다. 나는 이것들을 두고잠시 혼란에 빠져 들었다. 혜수가 써 놓은 글을 뒤적거려 여기저기 되는대로읽으면서 그 혼란은 더 커져갔다. 나는 혼란스러운대로 노트에 쓰인 글을읽어 나갔다."언어로써 어떤 것을 표현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한계가 있다기보다 불가능에 가깝다. 이것이 일반화되기 어려운 명제인지 모르나 적어도 나에게는그렇다. 정말 중요한 것, 꼭 이야기 해야 할 것은 전혀 말하거나 쓸 수 없는그 불능의 기능. 거기에 기대어 사람들이 서로의 의사를 전달하고 지적 역사를 발전시켜왔다는 사실은 정말 놀랍다. 나는 언어로써 생각할 수 없는 것을생각하곤 하며 언어로써 표현할 수 없는 것을 느끼곤 한다. 나는 그런 것들을 뚜렷하게 말할 수 있는 언어를 알지 못한다. 그저 그 {어떤 것}의 둘레를 있는대로 묘사하고 설명하여 막연히 그 어떤 것의 형태만을 그려 볼 뿐이다.그 형태를 알고 있는 사람들만의 새로운 언어로 나는 정말 진정한 대화를 하고 싶다"
첫장에 씌어진 것이었다. 나는 이것을 두고도 한참을 생각하였다. 알듯말듯한 말이었다. 내가 교육받고 아는 바로는 언어가 의사 소통의 기본단위라는것인데 혜수는 전혀 다르게 말하고 있었다. 나는 이 글이 마치 혜수가 다른사람과 얘기하려 들지 않는 이유가 아닐까 하고 막연히 짐작해 보았다.그리곤 차부터 한잔 끓여 마시며 이 글을 이해할 수 있는 구체적인 것들을헤아려 보았다. 어떤 글을 쓰기 위해서는 어떤 근거가 있을 텐데 그것이 뭘까 하고 생각해 보고 싶었던 것이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