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명인 성추문 쫓기혈안 미언론 신뢰도 "최악"

지금 미국에서는 언론들이 다투어 흥미거리를 양산해 내면서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마구 파헤치는 바람에 이름깨나 알려진 사람들이 난도질 당하기가 일쑤이고 자칫 패가망신하는 경우도 생기는등 부작용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커져가고 있다.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여자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대통령선거유세중에 불쑥 나온 제니퍼 플라워의 오랜 '동거설'부터 시작해서 외도하는 일을 도왔다는 아칸소주 방위군 군인들의 '양심선언', 그리고 최근엔 클린턴을 고발한 폴라 존스의 '성적 희롱'에 이르기까지 바람잘만하면 불거져나오는 화제거리로 망신살이 뻗쳐 있다.

언론이 얼마나 클린턴을 도마에 올려놓고 난도질을 했기에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지장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이 나돌까. 당면한 의료보험 개혁안 같은큰 문제는 덮어둔채 클린턴의 여성편력에만 정신을 쏟는 언론들이 과연 제 할일을 하고 있느냐는 말이 터져나오고 있다. 지금 언론이 3대1비율로 클린턴의 사생활문제를 의료보험 개혁안보다 더 많이 보도하고 있다는 통계가 이를말해준다.

미국민의 59%가 "언론이 정치인들의 사생활을 지나치게 파헤친다"고 눈살을찌푸리고 있는 가운데 중장년층의 언론에 대한 신뢰도 사상 최저상태로 "언론이 썩 잘 한다"고 지지하는 사람은 고작 17%뿐이다. CNN 부사장 에드워드터너는 "내가 언론에 발을 들여놓은지 35년이지만 지금처럼 언론인에 대한 평가가 나쁜 때는 없었다"라며 "사람들이 기자를 우습게 여기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언론에 대한 미국인들의 불만은 지나치게 선정적이고 과장보도를 일삼으며편견에 치우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독자나 시청자의 저속한 취향에 영합하려고 언론이 온갖 짓을 다한다고 혹평하는 사람들은 뉴스전달에도 악화(악화)가양화(량화)를 구축한다는 그레샴의 법칙이 적용돼 폭로성 선정적인 '뉴스'에떠밀려 진짜 뉴스가 맥을 못춘다고 비판한다.

따가운 눈총을 받으면서 지난달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신문편집인협회 총회는이에 "언론이 책임있는 시민을 만들어내기 위해 독자가 알아야할 일을 구체적으로 차분히 알려주는 신문본연의 임무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는데 뜻을 같이 했다.

대중으로부터 불신받는 '장사'가 오래 갈 턱이 없다는 것을 그들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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