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년한 세 여자와, 역시 결혼 적령기를 지나 보이는 젊은 사내와 나이든 여자의 행렬이라니. 사람들에겐 우리 가족의 나들이가 이상하게 보이고 궁금하게 여겨지기도 할 터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는 소리내어 꾸밈없이 웃으며절을 찾았다.저녁 예불 시간이 가까워 오자 우리는 약속이나 한듯이 범종 앞에 가 나란히자리를 잡았다. 멀리서 안개가 골짜기를 타고 내려오는 게 보였다. 어스름한 산사에서 온 가족이 함께 저녁을 맞다니. 나는 산 능선을 바라보며 감회에 젖었다. 가족이라는 기본 단위가 주는 이 본능적인 친화와 남이 아닌 사람들끼리만의 결속감이 그렇게 든든한 느낌일 줄은 전에는 몰랐던 사실이었다.멀리, 아주 멀리까지 범종 소리가 울려 퍼졌다. 마음 밑바닥에 고여 있던 온갖 감정들을 잠재워 주려는 듯 둔중한 종소리가 울릴 때 나는 미수의 손을 나도 모르게 꼭 부여 잡았다. 혜수가 슬며시 내 어깨에 두 손을 올리며 기대왔다. 혜수도 마찬가지 심정이었을까. 우리는 그 한순간 태어나기 전, 피붙이로서의 일체감에 젖어 세상 고락을 잊었다. 긴 여름해가 그렇게 저물었다. 그리고 밤, 내가 결코 잊을 수 없는 그날밤이 깊었다.
우리는 대학 신입생 때의 기분에 젖어 서로 다투어 저녁을 짓겠다고 우겼다.휴대용 버너에다 밥을 안친다는 둥 꽁치 통조림을 따 찌개를 끓인다는 둥수선을 피워 저녁상을 마련했을 땐 이미 아홉시가 넘어 있었다.설거지를 끝내고 모기향을 피워 놓고서 우리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작고 나즈막한 소리로 우리가 알고 있는 온갖 노래를 부르다 보니 어머니는어느새 잠이 드시고 준수도 책이나 읽겠다고 따로 잡아둔 제 방으로 갔다.한시가 넘었을 때도 미수나 혜수는 여전히 잠이 오지 않는다며 민박집 마당에 있는 평상에서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미수가 갑자기 세워둔차의 트렁크를 열고서 반상자쯤의 캔맥주를 꺼내왔다. 우리는 미수의 그 맹랑한 제안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마주보고 웃었다.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