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설-선인장이야기(47)

[평범한 일개 직장여성으로는 내게 의상이며 보석들이 좀 많다고 생각 안해어쩌면 내가 가진 것들이 그저 모조품일 거라고 생각하거나 아니면 그런 게얼마나 되는지 아무도 관심이 없어서 모르고 있는지도 모르지. 우리집 식구들은 다 멍청이 같으니까.]미수는 입술을 비틀며 약간 조소섞인 말투로 뜸을 들이더니 결심한듯 제 얘기를 늘어 놓았다.

[내게 남자가 얼마나 많았는지 모르지? 아마 모를거야. 들으면 놀라겠지만깊은 관계를 가졌던 남자만도 넷이야. 웬 {겨울여자} 나 {별들의 고향} 시나리오를 늘어 놓느냐고 할지 몰라도 이건 사실이야. 나 김미수의 인생 유전 이야기라구. 처음에 만난 애는 미팅에서 만난 평범한 아이였어. 얼굴에 여드름이 가득하고 땀냄새가 푹푹 나는 구질구질한 애였지. 난 그애를 전혀 좋아하지 않았어. 우선 내가 좋아하는 형이 아닌데다 정말 끈질기게 따라다닌 애였거든. 내가 대학에 들어 갔을 때 그앤 재수를 하게 되었는데도 공부할 생각은않고 학교앞에서 나만 지키고 서 있는 거야. 기가 막혔지. 난 다른 애들 보기에 정말 창피했어. 잘 못생기고 공부를 못하는 것까진 괜찮지만 걔가 전혀말이 통하지 않는 애라는 데에는 대책이 없었지. 근데도 걔는 꼬박 4년을 내옆에서 얼쩡거렸어. 나중에는 걔가 불쌍하게 여겨질 정도였어. 재수끝에 택한 학교가 하필이면 우리학교였는데 걔는 단순한 남자친구들에게까지 남편 행세를 하려드는 거야,글쎄. 난 어느 크리스마스날 그애를 불러내어 함께 자 버리기로 결심했어. 모든 걸 다 소유했다고 믿는 것이 착각일 수 있다는 걸 걔에게 가르쳐 주고 싶었지. 그런데 그런 종류의 인간형은 정말 단순한 데가 있더군. 날 무슨 공주처럼 받들던 애가 이번에는 날 창녀처럼 취급하는 거야.그런 일이 있고 나니까 다른 여자애들한테 시선을 돌리기 시작하는 거야. 난당연히 미련없이 그애와 자연스럽게 헤어졌지. 그런 덜 떨어진 애를 두고는두번 다시 생각할 가치도 없었어.]

난 혜수 때와 마찬가지로 선생으로서, 언니로서의 본능으로 미수를 나무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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