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히로뽕 금단현상 고통

청도 살인사건의 주범 장승국과 함께 행동했던 박시오(20)가 도피중 틈틈이썼던 일기중 일부가 26일 공개됐다. 어쭙잖게 살인사건에 말려들어 인질극에이르기까지 장과 함께 도피행각을 벌여야 했던 박의 인간적 고뇌와 {도망자}로서의 심정을 단편적이나마 엿볼 수 있어 관심을 끈다.사건이후 장과의 의리를 지켜야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히로뽕에 대해 메모형식을 빌려 간략하게 쓴 박의 일기는 사건 이튿날인 8일부터 시작된다. [미치겠다. 남자로서 국이형(주범 장승국을 지칭)을 따라야 하나] [마음에 갈등이심하게 느껴지는 이밤]이라며 사건을 저지른 후의 첫심정을 밝히고 있다.이어 9일. 함께 도피행각을 벌이며 앓아누운 김모군(19.수배중)에 대해 [욱이가 아프다. 아무 죄도없이 형을 위해 도망자의 길을 택한 욱이 약먹고 빨리나아라|]며 김군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다.

10일. 범행후 장을 따라 약목에서 구미로 다시 대전으로 장소를 옮긴 박은이때부터 도피에 지친듯 [구미에서 또 옮겼다. 미치겠다. 하루하루 너무 힘들다. 누나(장의 내연의 처)가 보고 싶다]라고 써 후회의 심정을 비쳤다.12일자 일기는 [형이 미치고 있다. 빨리 약(히로뽕)을 구해야 할텐데 욱이랑나랑은 너무 괴로워] 라는 내용을 담아 장이 히로뽕상습복용자였음을 뒷받침했다. 이어 형사대의 추적을 받고 서울로 장소를 또 옮긴 박은 13일 [용이에게로 왔다. 부끄럽다 용이에게|. 용아, 은혜 꼭 갚을께]라고 써 살인범 이전에 인간으로서의 고뇌를 보여주고 있다.

장과의 도피행각이 막바지로 접어들던 16일 박은 [너무 아프다. 쫓기다 쫓기다 지친다. 국이형이 발작한다]라고 적어 형사대의 집요한 추적과 히로뽕 공급이 중단되면서 금단현상을 보이고 있는 장에 대한 두려움을 나타냈다. 이같은 두려움은 결국 조치원 인질극으로 이어졌다.

이날 공개된 박의 일기는 일부다. 경찰은 히로뽕 공급조직과 범인은닉부문등에 대한 추가 수사를 위해 완전 공개를 보류한다고 밝혔다.(청도.김기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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