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다시 벼랑에 선 북핵

다시 핵문제가 숨가쁘게 돌아 가고 있다. 방사화학실험실의 사찰수용으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듯하던 핵문제는 북한측의 일방적인 태도돌변으로 원점으로 되돌아 가고 있다.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북한이 교체하고 있는 핵연료봉중 몇백개를 샘플로별도 보관해 줄것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IAEA는 플루토늄을 얼마나 추출했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이같이 요구했지만 북측은 연료봉의 절반 가량을 빠른 속도로 빼낸다음 뒤섞어 놓아 계측은 물론 확인조차 어려운 상태이다.IAEA와 북한간의 핵협상은 결국 실패했고 미.북간의 3단계 회담의 준비단계인 실무접촉도 더이상 계속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IAEA는 27일 "북한이 교체시 인출되는 폐연료봉의 선별.분리.보관.추후계측을 수락하지 않으면 과거의핵활동을 입증할 수 없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유엔 안보리에 보냈으며 그 시한은 IAEA정기이사회가 소집되는 하루전인 6월5일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현재 IAEA는 북한과의 최종절충을 시도하고 있으나 전망이 불투명하여 대북제재는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사태가 이렇게 돌아가자 유엔 안보리는빠르면 오늘(30일) 핵사찰거부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하게 될 것이며 영국과 프랑스는 즉각적인 제재방안을 거론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6월1일 러시아방문길에 나서는 김영삼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안보회의를 30일 오전에 열고 {대화결렬후엔 제재동참}이란 방안을 확정할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편 미국은 끝까지 인내심을 갖고 "IAEA와 북한간의 협상은 합의에 이르지 못했지만 회담을 통해 핵문제를 해결하겠다"면서 며칠 남지않은 시한과 협상을 계속하고자하는 북측의 태도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있다.여태까지 협상을 계속해 오면서 북한이 취한 전략은 {부분 수용} {부분 거부}가 대부분이었다. 이번 막바지 협상에서도 이 전략을 그대로 구사하고 있지만 IAEA를 제치고 오로지 미국만을 상대하여 일괄타결방식으로 모든것을 얻어내겠다는 생각은 크게 잘못된것 같다. 왜냐하면 핵의 완전한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고는 일괄타결이 이뤄질수 없으며 유엔의 막강한 힘을 업고있는 국제기구인 IAEA를 도외시한 핵협상에서는 좋은 결과를 기대할수 없기 때문이다.최근 미의회 조사국 아주담당자 래리 닉시는 신문의 기고문에서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핵문제를 거론하는것 자체가 미국외교의 실패를 의미하며 북한은이미 핵보유국임을 인정받고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는"북한의 위약전술에는 안보리의 경제제재가 가장 효과적이지만 중국이 동참을 거부하면 한.미.일 3국의 탄력적인 제재도 효과를 거둘수 있다"고 말했다.이제 핵문제로 벼랑에 선 북한은 하나의 길을 선택하지 않으면 안된다. {핵을 쥐고 죽느냐 버리고 사느냐}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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