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엄마와 말의 사닥다리

이제 한창 말을 익혀가는 어린딸이 오빠가 쓰던 연필을 들고와 엄마에게물었다. [엄마 이게 뭔데?] 딸을 사랑하는 엄마는 웃음을 띠며, 그래 그거연필이라는 거야. 엄마 연필이 뭔데? 연필이란 필기하는 데 쓰는거지. 필기가 뭔데? 공부하는 그런거 있어. 엄마는 대답이 매끄럽지 못하다. 그러나 아직은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었다. 엄마 공부가 뭔데 ? 공부는 학문하는 거지.학문이 뭔데? 엄마는 유식하게 대답하며 좀 걱정이 되었다. 곧 바닥 날 것이니까. 하지만 내친 걸음 이니까. 자꾸 치올라 갔다. [진리가 뭔데 엄마]엄마의 대답은 궁해지고 그 궁한 만큼 인내심도 설설 바닥이 나고 말았다.엄마는 짜증스런 낯빛에 마른 목소리가 되었다. [뭐 쪼꼬만게 자꾸 물어샀노, 나도 몰라, 가서 놀기나 해 ]하고 쫓아 내고 말았다.이 어머니는 유식한 몸짓으로 말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바닥으로 떨어지고만 선생이다. 그럼 언어의 사다리를 타고 내려오는 어머니란 어떤 사람일까?[그래 공주야. 이거 연필이라는 건데, 이렇게 하고 쓰는 거란다] 흰종이를 펴고 딸의 손에 연필을 잡게 하고 엄마의 도타운 손을 포개어 잡고서,[우리 같이 예쁜 공주 한번 그려볼까?]딸의 얼굴을 그린다. 또 엄마의 얼굴도그리고 [아, 이건 내 얼굴이네] [엄마 얼굴은 코가 비뚤어 졌잖아] [그렇구나 비뚤어졌구나 연필은 이렇게 그림도 그리고 글씨도 쓰는 거란다] [아앙 알았다. 아빠 얼굴도 그려야지] 딸은 온갖 그림을 그리며 한참 놀 것이다.엄마도 언어의 사다리를 타고 딸이 선 바닥으로 내려오므로 떨어지기는 커녕넘어 지지도 않고 쉽게 가르칠 수 있는 좋은 선생, 좋은 어머니가 되었다.이렇듯 훌륭한 선생님은 언어의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 손을 잡고 함께 천천히 올라오는 어머니다.

꼭대기에 올라 앉아 높은 자리를 뽐내며, 어서 올라와 보라거나 못올라오는아동을 꾸짖는 사람은 잔인한 어머니요, 무능한 선생님이다. 할 수 만 있다면 말은 낮게 생각은 높게 하면 어떨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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