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설-선인장이야기

가족이 더 이상 나를 싸안아 주는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는 그 순간부터 우리는 그 대리인을 찾는 거야. 물론 친구가 있지만 그 친구와는 지속적인 관계를 마련할 수는 있어도 확장은 안되는 관계니까 연애관계보다 좁은 관계라고 할 수 있잖아. 어쨌든 너와 논쟁은 다음에 하자. 너와 이야기를 하려면뭔지 모르게 자꾸 감정적으로 되어서 제대로 논리 전개가 안돼. 그리고 네가말하는 건 다양한 사랑의 한 유형일 뿐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네가 경험하지 않은 사랑을 내가 경험하였고 내가 경험하지 않은 사랑을 네가 경험한 것이지, 너만이 사랑다운 사랑을 했다거나 또 나만이 사랑다운 사랑을 했다거나한 건 아닐거야.]미수가 순순히 혜수의 이야기를 얼마간 인정해 주자 혜수도 더 이상 토를달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서로 결코 같아질 수 없는 인간유형이라고 혜수는 그 순간 느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미수는 자신의 이야기를더없이 솔직하게 다 드러내 놓았다.

스튜어디스로 근무하며 만났던 유부남과의 관계도 프랑스계 외국인 회사로직장을 옮겨서 새로 만난 외국인 남자와의 관계도 비교적 소상하게 늘어 놓았다. 그리고는 자신의 그 숱한 연애사건들이야말로 자신에겐 가장 중요한 경험이었고 자신을 성숙시킨 계기였으며 남성들을 이해할 수 있게끔 만들어 주었다고 덧붙였다.

내 고민은 과거에 이렇게 복잡했던 대 남성관계에 대해 죄책감을 갖는다든가 그것이 이후의 내 결혼생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도 모른다는 식의 불안감이 생겼다든가 하는 게 아니야. 아이를 낳게 되면 더 이상 독립적인 사고를 스스로 할 수 없도록 하는 중대한 요인으로 그 아이들이 작용하지나않을까 하는 것, 시부모가 모두 발언권이 세신 분인데 나는 부권의 영향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하고 성장했으니 마땅히 마찰이 예상되는데 거기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하는 것 따위가 오히려 고민이야. 적어도 내가 선택한 남자와의 관계로만 머물러 있지 못할 텐데 나 같은 성향의 사람이 결혼을 선택해도 괜찮을까 하는 걱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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