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대통령 모스크바대 연설문

존경하는 사도브니치총장. 교수와 학생 여러분. 그리고 내외귀빈 여러분.나의 러시아방문은 이번으로 세번째입니다. 나는 러시아를 방문할 때마다 이모스크바대학을 방문했습니다. 1989년 6월 이 대학을 처음 방문했을 때 나는이 대학의 창립자 흉상아래 새겨져 있는 다음과 같은 송시를 보고 큰 감동을받았습니다."우리 조국 러시아는 플라톤과 같은 그리고 뉴턴과 같은 훌륭한 철학자와 과학자를 많이 배출하게 되리라"

과연 모스크바대학은 세계의 진보와 인류의 역사를 풍요롭게 한 지성의 요람이 되었습니다. 벨린스키, 체호프, 투르게네프와 같은 빛나는 지성이 이 대학에서 나왔습니다.

친애하는 교수와 학생 여러분. 나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취임한 이후 1년동안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이 큰 미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을 방문했습니다. 그나라 지도자들과 새로운 세계질서와 21세기의 문명적 변화에 대하여, 그리고나의 조국 한반도를 비롯하여 동아시아의 평화에 대하여 진지하게 협의했습니다.

이제 나는 같은 목적으로 그리고 21세기를 향한 한국과 러시아의 협력관계를구축하기 위하여 러시아연방을 공식 방문하고 있습니다.

냉전시대의 산물인 한국전쟁과 1983년 KAL기 격추사건 등의 상처가 완전히아물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두나라 국민은 어두웠던 과거에 집착하기 보다는 밝은 미래를 여는데 주저하지 않고 있습니다. 관계가 정상화된지4년도 안되었지만 두나라 사이의 교류는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습니다.냉전의 시대가 가고 화해와 협력의 시대가 온 것입니다. 블록간 정치.군사대립이 사라지고 국가간의 협력관계를 맺을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되고 있습니다.전세계가 경제와 과학기술 그리고 문화에 있어서 하나의 인류공동체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21세기를 향하여 새로운 문명이 태동되고 있는 것입니다. 새로운 문명은 각민족의 저력과 문화적 전통이 그 토대가 될 것이라고 나는 믿습니다.나는 러시아가 새로운 문명을 창조하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확신합니다. 나폴레옹과 히틀러의 침략을 저지한 러시아는 세계 평화의 마지막 보루라는 긍지와 저력이 있습니다.

러시아는 인류의 정신문화와 예술을 보다 값지게 만든 위대한 전통이 있습니다.

지금도 러시아는 자원고갈시대의 자원부국이며 기술전쟁시대의 첨단기술대국입니다.

이 대학 출신이며 러시아가 낳은 위대한 사상가인 헤르챈과 오가로프는 1827년여름, 바로 이 대학이 서 있는 언덕에서 해질 무렵의 모스크바시내를 바라보면서 조국을 위해 젊음을 불태울 것을 맹세했다고 들었습니다.여러분들도 이 언덕위에서 그러한 꿈을 다짐하리라 믿습니다. 청년의 꿈은국가와 민족의 꺼지지 않는 생명력입니다. 꿈이 있는 민족은 어떠한 역경속에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

러시아의 쌍독수리 문장은 서쪽인 유럽과 동쪽인 아시아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유럽국가이면서 동시에 아시아국가입니다. 서구의 어떤 학자는21세기를 {문명충돌의 시대}로 예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와 같은 갈등과 투쟁의 역사가 반복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러시아 국민은 서구문명과 동양문명, 그리고 이슬람문명을 수용하여 독자적인 문명을 꽃피웠습니다. 러시아 국민들은 문명간의 상호이해를 {머리}로서가아니라 오랜 세월을 통해 {가슴으로} 그리고 {삶으로} 체험해왔습니다.러시아는 바로 이같은 문명충돌의 위기로부터 인류와 세계를 구원할 평화의사도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동쪽으로 아시아.태평양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나는 러시아가 한국과 더불어 서로 협력하면서 아시아.태평양시대를 함께 열어 나갈것을 제의합니다.

러시아 국민의 위대성과 무한한 잠재력이 결합되어 러시아의 영광을 노래할날이 반드시 올 것입니다.

나는 오늘 여러분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러시아가 다시 웅비하는 날 세계는새로운 문명의 창조를 보게 될 것입니다."

교수와 학생 여러분. 그리고 내외 귀빈 여러분. 한국과 러시아는 짧은 기간동안에 아주 훌륭한 관계발전을 이룩해 나가고 있습니다. 두나라 사이의 보완적인 협력관계는 날로 더욱 확대될 것입니다.

끝으로 어려울 때마다 내가 즐겨 낭송했던 러시아의 위대한 국민시인 푸슈킨의 시구절을 여러분과 함께 음미하고자 합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슬퍼하지 마라 성내지 마라/설움의 날을 참고 견디면/기쁨의 날이 옴을 믿어라/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오늘은 언제나 슬픈 것/모든 것은 한순간에 지나가는 것/지나간 것은 또다시 그리워지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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