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회적 편견 장애인들 "설곳이 없다"

정씨는 "영식이가 정신지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가정의 행복은 송두리째 사라졌다"고 말했다.장애인 가정이 겪어야 하는 가장 큰 고통은 주변의 따가운 시선.장애인을 무조건 멀리하려는 사회풍조때문에 "집을 얻어도 장애인이 있다는사실을 집주인이 알고난뒤 비워달라는 요구에 눈물을 흘린 적이 한두 번이아니었다"고 정씨는 말했다.

*형제 혼인조차 파혼*

형제의 혼인문제가 닥칠때 장애아 부모들은 더욱 말할 수 없는 고통에 시달려야 한다. 뇌성마비장애아 아버지 김모씨(55.대구시수성구지산동)는 "집안에장애아가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그 형제와도 혼인을 하려는 사람이 없다"며 "동생때문에 결혼도 못하는 큰 애를 보면서 동반자살을 생각한 적도 한두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장애인 가정이 겪는 또 다른 문제는 장애인을 위한 복지시설의 부족이다. 장애아들이 장기적 치료를 필요로 하는 점을 감안하면 사설장애치료기관은 너무나 비싸다는 것이다. "현재 2백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구시장애인종합복지관도 수용인원이 정원을 넘어서 1년쯤 기다려야 이용기회가 돌아온다"고 장애인종합복지회 김선규씨(39)는 말했다.

이 때문에 장애아 치료는 장기적이고 일생에 걸친 계획을 세워야 하지만 부모들도 10년이 넘어가면 포기하는게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왜 내게 이런 일이 생기나 하는 {분노}와 내힘으로 어찌할 수 없다는 {좌절}두가지 생각만 내내 떠올랐다"는 장애인 부모의 고백은 장애인이 우리사회에서 정상인으로 생활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잘 나타내 준다.대구시 장애인종합복지회관에서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한 장애아 어머니는"지난해 세살된 장애아가 경기로 갑자기 죽었을때 주위의 다른 장애아 부모들이 처음에는 위로의 말을 건네다 시간이 지나자 {차라리 잘 됐다} {오히려 부럽다}며 얼싸안고 눈물을 쏟기도 했다"고 말했다.

*장애아 입양 3명뿐*

정부는 오는 96년부터 {기아 수출국}의 오명을 벗기위해 해외입양을 전면 금지할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장애아와 혼혈아는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장애아 수출}만은 계속할 수 밖에 없다는 정부정책은 우리사회의 장애인복지의 현주소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선천성장애등으로 부모가 양육을 포기한 장애아동들은 대부분 해외로 입양되거나 장애인시설에 수용되고 있다. 국내입양은 기대할 수 없는 것이 우리사회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지난 92년의 경우 정상아의 국내입양은 6백66명이지만 장애아동입양은 전국에 3명뿐으로 장애아동 입양률은 0.4%에 불과했다.

반면 국외입양의 경우 정상아동은 1천2백81명, 장애아동은 9백77명으로 장애아동이 전체 해외입양아동의 절반가까이나 됐다.

장애아동의 국내입양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것은 선진외국에 비해 장애인에대한 사회적 차별이 극심하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선진국의 경우 특수교육 치료 취업 등 장애인에 대한 복지정책이 잘 돼 있어장애아 입양이 양부모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기 때문.*사회 공론화 필요*

장애인들이 정상적 사회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장애인재활협회 대구.경북지부 정재호 과장(30)은 "장애인문제는 장애인들이정상인과 마찬가지로 생활할 수 없도록 만드는 교육 취업에서부터 여가생활에 이르기까지 사회전반에 퍼져 있는 장애인들에 대한 차별문제"라며 "일반복지정책과는 별도의 장애인복지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이와 함께 "장애인 가족도 가족 가운데 장애인이 있다는 사실을 숨기며 더이상 장애인문제를 {안방의 걱정거리}로 방치할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공론화시킬 때 우리사회는 {장애인이 살 수 없는 곳}에서 {장애인도 살수 있는 곳}으로 바뀔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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