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운명) 둘해수욕을 하겠다고 바닷가를 찾긴 했으나 우리는 미수가 빌린 한 콘도의 방에서 하룻밤 하루낮을 꼬박 카드 놀이를 하며 보냈다. 더는 수영복 차림으로바닷가에 나서고 싶지 않았던 내 심정을 동생들이 헤아려 주어서 그렇게 된것이었는데, 준수만은 우리들의 카드 놀이에 한번도 끼이지 않았다.동창의 여동생을 마음에 두고 그녀와만 시간을 보냈다는 거였다. 여름만이그런 일을 할 수 있지, 하며 미수가 놀려대도 준수는 하하거리고 웃기만했다. 그애 특유의 그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으로 보아서 사실인 모양이었다.적어도 나이 서른을 넘길 동안 한번도 그처럼 들떠 보인적이 없었기에 우리는 그애의 연애 사건을 무조건 반겼다.
태풍의 눈 같은 것이었을까. 전에 없이 평온한 나날들을 흘려 보내고 있는동안 우리 집을 뿌리째 흔들어 놓을 일이, 말할 수 없는 잔인한 시간들이 준비되고 있는 줄은 아무도 짐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따가운 여름볕아래 자신들의 마음을 편안히 내맡겨놓고 있었다.
전에 없이 지극히 안정되어 보이는 집안을 둘러 보노라면 우리 가족이 겪어왔던 서로에 대한 이상한 고립감으로부터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는 착각마저들었다. 때때로 우리는 함께 어울려 가볍게 맥주잔을 기울이거나 영화를 보았다.
태풍의 소용돌이가 막상 몰아 닥쳐 오기 전에는 바람 한점 일지 않는 기류의중심에 들어 있다고는 한 순간도 생각지 못한채. 하지만 그것이 착각임을알게 되기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그 덧없는 평화로움의시간들이라니-.
변화가 가장 먼저 찾아온 사람은 어머니였다. 새벽 기도를 다녀 오시던 어느날 뜻하지 않게 어머니께서 가벼운 교통 사고를 당하셨다. 새벽대로를 질주하는 택시에 치이셨는데 희한하게도 사고라고 하기에는 아주 가벼운 것이었다. 차에 제법 심하게 부딪히셨다는데도 겉으로 드러나는 상처는 고작 넘어지시면서 생긴 몇군데의 멍자국 정도에 불과했다. 우리는 그 사고를 당연히 아주 가볍게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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