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왜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인지 몰랐으나 그건 사실이었다. 나는 늘 다른 사람의 인생에 (그들이 설사 가족이라 하더라도) 깊이 관여하지 않고 지금껏 살아왔고 그걸 당연하게 여겨 왔었다.혜수, 미수, 준수 모두 내 가족이긴 해도 나는 그들의 삶에 끼어들 수도 끼어들 필요도 없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들만의 삶의 방식이 있을텐데 내가 그들에 대해 어떤 특별한 영향력을 미칠 까닭이 없지 않은가 싶었다. 나 자신이나 남에 대해서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한결같이 그저 내버려 두는 일밖에 없었다.
나처럼 모든 면에서 평범한 조건만을 타고 난 사람이 버둥거려 본다고 해봤자 그 인생이 과연 얼마나 다채로워질 것인가. 내가 아니라도 자신의 의지와바람대로 살아가는 사람은 어차피 몇되지도 않을 것이고 그 몇 되지 않는사람은 아주 비범한 경우가 아니겠는가. 그러니 되도록 엎드려서 스쳐 지나만가자, 그저 주어진 일상을 살아내기만 하자. 어차피 짧은 한순간의 꿈, 꿈속의 꿈, 덧없는 무위의 꿈들... 난 그런식으로 지금껏 살았던 것이다.그런데, 그런데... 이렇게 골머리를 썩히는 일들이 어째서 한꺼번에 닥쳐나를 괴롭히는 것일까, 하고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혹 그들에 대해 내버려둔다는 태도로만 있었던 게 아니라 관심도 사랑도 똑같이 없었던 것은 아닐까하는 반성도 일었다. 하나 그런 감정적인 혼란상태임에도 여전히 가족의 일조차 이성적인 판단을 앞세우는 내가 엄연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혜수의일만해도 그냥 스쳐 지날 수만은 없다고 여기면서도 섣불리 나서고 싶지 않은 것도 사실이었다.
언제나 그들과 거리감을 두고 지켜보려고만 하는 것은 웬 탓일까. 혹 그들이내 삶을 가두는 존재들일 뿐이라고 무의식 중엔 그들을 짐스러워 하고 있었던 것이나 아닐까? 별별 생각이 다났다. 본래 내가 살아내고 싶었던 삶이란 이런것은 아니었다는 생각도 어렴풋이 들었다. 온갖 생각끝에 나는 벌떡일어나 앉았다. 그리곤 전에 없이 격렬한 심사가 되어 어떻게 하나, 어떻게하나 하면서 나는 외출을 서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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