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설-선인장이야기

운명(운명) 열그는 요점만을 이야기했고 그것은 모두 사실이기도 했다. 나도 있는 그대로이야기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는 그에게 차라리 혜수 문제를 의논하는 것이 옳을 것만 같아서 넌즈시 말을 하였다.

[혜수의... 근데 혜수의 몸이 전과 같지 않은 것 같더군요]그는 길씀하게 생긴 눈을 한껏 크게 뜨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그리곤 말없이한참 생각에 잠기는 듯한 얼굴로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안그래도 오늘 공연 후엔 혜수를 좀 만나 볼까 합니다만, 같이 가시겠어요?]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잠시만 더 이야기할 수 없겠느냐고 그에게 부탁했다.그에게 혜수와 결혼을 하는게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혹 현실적인 어려움이있는 것이나 아닌지, 있다면 어떤 것인지 알고 싶으며 내가 도울 일이라도있는지를 조심스럽게 의논하였다.

[얼마간 짐작하시는 거겠지만 제겐 아무런 장애가 없습니다. 오히려 저도 곧서른이 되는 나이라 부모님께서도 결혼을 하겠다고만 하면 반가워 하실 테구요. 저 역시 하도 허공에 떠 있어서 부모님 속을 무척 상하게 해 드렸거든요.하지만 혜수의 생각이 워낙 남다르거든요. 겉보기와 달리 혜수는 많은 상처를 가지고 있고 자신의 틀을 잘 벗어나지도 못하고 있어요. 우리가 그냥 지나쳐 버리거나 지나치고 싶어 하는 문제들을 그녀는 결코 생각속에서 놓지를 않아요. 한번은 그러더군요, 이런 덧없는 일회성의 삶에 만족할 수는 없다구요.내면의 정열은 그 누구보다도 강렬한 것이 가끔은 저도 겁이 날 정도입니다.혜순 자신을 끝까지 몰아세우고 싶어 해요. 처음 나는 혜수의 다리속을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온통 칼로 자해한 그 흔적이란. 내가 왜 그랬느냐고 하니까 삶을 견딜 수 없었노라고 했어요. 춤을 춘다든가 할 때의 그격렬한 동작들을 한번이라도 보셨더라면...]

그는 누군가 그런 일들에 대해 물어 주기를 기다렸던 사람 같았다. 그의 얼굴에 잠시 오래 여행한 자의 피로감 같은 게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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