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중악성-{땅콩대통령}의 방북

어제오늘 한국의 신문들은 너나없이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과 김대통령이악수하고 웃는 모습을 실었다.모처럼 카터의 얼굴을 보면서 떠오르는 기억들은 15년전인 1979년 방한때 비원인가 어딘가 조깅을 하면서 환하게 내보이던 이빨과 땅콩농장 출신이란 것,그리고 초청자였던 박정희전대통령과의 언쟁, 주한미군 철수 주장자였다는것 정도다.

그때와 이번 그의 두번째 방한에서 당시 초청자는 박대통령, 이번 방한길은김일성의 초청이라는 점이 다를뿐 묘하게도 한가지 유사한 점이 있다.그것은 79년 그가 방한했을 무렵 한국의 자주적 민족주의성향이 강했던 박대통령이 독자적인 핵개발을 추진하고 있었을 때였고 이번에는 김일성이 독자적핵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시 박대통령은 곧 완성될 핵을 믿고 카터의 {주한미군철수}위협에 {갈테면가버려라}는 식으로 강하게 반발, 청와대 회담 자리에서 격렬한 언쟁을 벌였다는 이야기들이 흘러나왔었다. (그뒤 박대통령은 카터가 미국으로 되돌아간지 4개월만에 피살당했다) 남한 지도자의 핵자주국방에 대해 극력 반대했던카터가 이번 평양방문에서 과연 북한지도자인 김일성에게는 어떤 태도와 입장을 갖고가는지 궁금하지만 일단은 {저지}쪽으로 기울것으로 보인다.그러나 이번 방북은 김일성의 집요한 초청 로비에 의해 이루어진 방문인만큼초청자의 숨은의도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모르는 이상 그의 방북을 섣불리 김칫국 마시듯 우리에게 유리한 쪽으로만 기대하고 있어서도 안된다고 본다.그저께 청와대에서 카터를 앉혀놓고 미국과 우리측의 {단호한 입장}을 전달해달라는 주문을 했다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주문일뿐 그가 한국정부소속의특사가 아닌만큼 모든 상황에서 우리쪽에 유리한 사절일거라는 속단은 피해야 할것이다.

그런 점에서 핵문제가 예민해져있는 시기에 불쑥 북한측의 방북초청을 쉽게수락한 그의 방북의도와 목적, 노리는 효과에 대해 우리로서는 보다 신중하고 깊이있는 판단을 해야하는 것이다.

그저 강력한 {구두 메시지}나 외워다 전달케하는 것이 과연 얼마만큼 김일성의 의기를 바꾸게 할지도 솔직히 의문이지만 한.미.UN의 단호한 입장이야 굳이 카터의 입을 빌리지 않더라도 북한측에 충분히 전달되고 인식돼있는 상태다.

정부로서는 이왕 방북초청을 받고 한국땅을 지나가는 과객인 그의 위치를 효과여부를 떠나 최대한 우리측에 도움될 쪽으로 이용해보자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겠지만, 15년전 그가 우리에게 보였던 태도를 기억해본다면 차라리 아무도 만나주지 않고 혼자서 판문점을 걸어나가든 말든 그냥 내버려 뒀더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옹졸하고 감정적이지 않느냐는 비판도 있겠지만 지금 {단호한 대응의지}를계속 내세우면서 정작 대처하는 자세에서는 상대국의 초청을 받아가는 과객한테까지 상대를 {잘 납득시켜달라}는 투로 부탁하고 사정하는 것도 썩 좋은 모양새는 아닌것이다. 외교의 기교에 대해 문외한이지만 NPT탈퇴까지 밝힌 현단계서는 그가 김일성을 만나고 온뒤 풀어놓는 이야기 결과에 따라 그때가서 우리의 입장과 태도를 밝혀도 늦을것 없는 사안이라고 보기때문이다.옐친도 클린턴도 강택민도 쉬 못푸는 문제를 카터라는 한물간 정치인이 기상천외의 절묘하고 완벽한 해법을 내놓을수 있을까하는 의구심도 없잖아 있다.물론 하찮은 입품이라도 필요할만큼 부탁문제가 모두에게 절대적인 과제인것은 부인하지 않는다.

카터라는 외국 {특사}의 방북을 보면서 한가지 아쉬운 의문을 던져본다.북핵은 바로 우리민족의 문제고 결국 우리 스스로가 풀어야할 숙제다.그런데 왜 한국인 특사는 판문점을 지나가지 못하는가. 과거 그다지 친한파도 아니었던 한 늙은 외국정치인에게 우리민족의 존망이 걸린 문제를 {부탁}만 하고 정작 우리는 그냥 앉아있기만 하는가.

카터대신 판문점을 넘어갈 인물이 한국 정치판에도 분명 있을 것이다.갈수있는데 안간다면 무능한 겁쟁이고 직접 가고싶은데 못가고 있다면 어느나라인가가 {압력}을 넣고 있다고 봐야되나?

땅콩농장 대통령의 방북은 이래저래 떨떠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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