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시론-인물을 키우는 나라

문민정부는 {변화와 개혁}을 모색하는 가운데 그것을 실천할 새 인물들을 찾아왔다. {인사가 만사}라는 대통령의 말처럼 모든 일은 어떤 인간에 의해 운영되느냐에 달려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사를 중요시하는 현정부가 인사정책에서 가장 빨리, 가장 크게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은 역설적이다. 굳이 정실(정실)인사가 아니라면, 결국 이 사회에는 적재적소에 쓸만한 인물이 별로 없다는 얘기가 된다. 국내외 고등교육의 수준도 높아졌고 처신할 행동반경도 넓어진 지금 인물이 없다고 한다면 말이 되겠는가? 그러나 감히 말하거니와 한국에는 지금 인물이 부족하다고 생각된다. 그 이유를 설명하기 전에 각 분야를 한번 돌아보자.**{정신적 지주} 없어**

정치계에도 이렇다할 소신과 경륜을 함께 갖춘 정치가가 보이지 않고 오합지졸의 정객들로 국민들의 마음을 식상하게 하고 정치염증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것은 굳이 지적할 필요조차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도 나도 그 바닥에뛰어들어 니전투구하는 모습은 이 나라의 인물난을 더욱 절감케한다. 사법부에서도 지금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판사의 임기가 끝나 서서히 신문에 후임자들의 하마평들이 실리고 있는데, 왠지 승진의 서열이라는 관점에서만 거론되고 새로운 인사의 변모는 보이지 않고 있다. {깜짝쇼}로 국민을 놀라게 한 교육개혁위원회의 처사를 보아도 인물난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인물을 키워내어야 할 백년대계의 교육을 논하면서 이 중요한 시기에 단견의 노출로 국민적비판을 받고마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그리고 지난번 불교계의 파동에서 보았듯이 종교계도 사회의 정신적 지주가 될만한 인물이 얼마나 있는지 자꾸만 의구심이 생긴다.

이 시대에 정신적 지도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일반론을 되풀이하는 것은 아니고 우리는 인물을 양성하는 일에 너무 무관심하여왔기 때문에 역사의 보복을받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나는 ??년전 대학시절에 함석헌옹이 [우리나라는 인물이 나오기를 두려워하는 민족이기에 인물이 나오지 못한다]고 강연하시던 말씀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인격교육 사실상 포기**

물론 나는 칼라일과 같은 영웅숭배론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시대마다 거기에 맞는 인물이 나올 수 있고 나와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해방후 15년만에 군사쿠데타가 있었고, 군사통치, 경제제일주의, 범람하는 대중문화로 정신과 가치, 정의와 인격을 체화시키는 인물을 만드는 교육을 사실상 포기해왔다. 말로만 교육이라고 떠들었지 교육포기였으며 행사로만 문화라고 떠들었지문화반역이었다. 종교도 물질가치로 대신할 수 없는 정신가치와 신앙을 체현시키는데 실패하였다.

결국 이 나라는 인물이 클래야 클 수없는 부모지가 되고 말았다고 할 수 밖에 없다. 문민정치가 되면서 이제라도 한가닥 희망의 불빛을 찾은듯, 특히 교육개혁을 통하여 방향을 바로잡을 수 있기를 기대하는 마음 간절하였다. 그러한 책임을 맡은 교육개혁위원회가 우리에게 이런 비전을 제시해주기는 커녕또하나의 조령모개의 난센스로 배반하니 허탈감에 빠질 뿐이다. 입시제도를고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인간을 바로잡고 진실로 학문과문화를 발전시킬 수 있는지 정부와 국민이 해야할 방향과 행동원리를 제시해주어야 할 것이다. 독일에서는 각 정당마다 후계자를 키우기 위한 훈련도 갖고 있고 젊은이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국가적 투자 기울여야**

무엇보다 교육투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우원(우원)한 길인 것 같으면서도 문민정부에서 가장 중요하게 해결해야할 과제이다. 어릴적부터 일을바르게 해 낼 수 있는 반듯한 인물을 양성하는데에 국가적 투자를 기울여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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