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수는 날로 수척해져 갔다. 어머니나 준수에게까지 임신 사실을 알게 할 수는 없었기에 나와 미수가 눈치껏 돌보기는 했어도 남모를 고민에 휩싸여 연극공연을 계속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었다.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다니는 모습이 안쓰럽기는 했으나 그 일을 어떤 식으로 처리할지에 대해서는 전혀 관여할 수가 없었다.안 그래도 내성적이기 짝이 없는 아이가 마음을 접고 안으로,안으로만 들어가는 모습에 할말을 잊고 아슬아슬한 심정으로 지켜보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날이 갈수록 연극 공연에 있어서도 혜수는 낭패감만 가지는 것 같았다. 제말처럼 어떤 한계가 분명히 있었다. 우선 작은 도시에서 하는 공연이고 보니관객의 수가 워낙에 한정되어 한달이 채 안된 기간을 공연했을 뿐인데 벌써객석은 듬성듬성 비어 있기 일쑤였다.
보기가 딱했다. 그만한 연극이면 다른 대도시에서라면 일년 내내 공연한다고해도 관객 걱정은 없을 테고 정당한 평가도 받을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혜수는 그런 외면적인 조건들에는 크게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었지만 언젠가 이야기한 적이 있었던 그 근본적인데 대한 회의만은 떨쳐 버릴수 없는 모양이었다.
보다 못한 내가 혜수에게 몰아세운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고 애쓰며 서둘러결혼을 하고 기왕에 시작한 연극이니 서울의 다른 극단을 통해서 다시 시작해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조용히 권유해 보았다. 뜻밖에도 혜수는 생각해보고 있다고 순순히 내 말을 받아들였다. 그런데도 나는 웬지 그런 일은 불가능할 것 같은 어두운 전망을 하였다.혜수가 생명을 함부로 할 아이가 아니라는 믿음은 있었지만 아이만이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짐작도 들었다.
어떻게 해야한다는 대책이 없이 또다시 며칠이 지났다. 여름도 막바지에 이르러 심심찮게 태풍소식이 전해질 무렵, 엉뚱하게도 혜수의 일을 준수가 알게되는 일이 생겼다. 미수가 예단 준비 때문에 외출을 하고 나마저 일직으로학교에 가게 되어 집을 비우고 없는 틈에 혜수가 까닭없이 발작을 일으키며쓰러져 버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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