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핵문제를 둘러싸고 남북간 긴장국면이 반전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김영삼대통령과 북한 김일성주석간 남북한정상회담이 분단 반세기만에 처음으로열릴 것으로 보인다.김대통령은 18일낮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온 카터전미대통령으로부터 {언제어디서나 조건없이 김영삼대통령을 빠른 시일내에 만나고 싶다}는 김주석의구두메시지를 받아 이를 즉각 수락한다고 확답함으로써 남북정상간의 대좌가실현될 전망이다.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 이는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의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된 북한핵문제를 비롯, 서울과 평양간 화해와 협력 그리고 남북관계전반에 획기적인 전환점을 이룰 가능성이 있다.
김대통령은 지난해 2월 25일 취임사에서 [어느 동맹국도 민족보다 더 나을수 없다]면서 [김주석이 참으로 민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그리고 남북한 동포의 진정한 화해와 통일을 원한다면 이를 논의하기위해 우리는 언제 어디서라도 만날 수 있다]고 정상회담을 제의한바 있다.
남북은 분단 반세기동안 양측 정상이나 고위당국자의 제의를 통해 또는 막후접촉이나 공식 비공식 채널를 통해 정상회담을 여러차례 추진해왔다.그러나 남북정상이 이번처럼 시기 장소 의제등에 전혀 전제조건을 달지않고전임미대통령을 {중재자}로 남북정상회담을 제의하고 이를 즉각 수락한 것은전례없는 일이라는 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일단 가시권안으로 성큼 들어섰다고 할 수 있다.
김주석이 한편으로는 핵개발을 강행, 국제원자력기구(IAEA)탈퇴를 전격 선언하고 전쟁불사를 호언하면서 유엔을 통한 대북제재 결의가 본격추진되려는시점에 조건없는 남북정상회담을 제의하고 나온데에는 크게 몇가지 이유가있는것으로 분석된다.
첫째 남북정상 대화제의는 북한이 IAEA탈퇴선언등 대외적으로 초강경 집단으로 비쳐진 국제적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이를 통해 일거에 미국등 유엔을 통한대북제재압력을 무력화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관측된다.둘째 북한이 남북간 대화를 기피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통한 문제의평화적 해결에도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내외에 과시함으로써 북한핵개발에대한 국제사회의 세찬 압력을 일시에 모면하겠다는 속셈도 담고 있는 것같다.셋째는 정상회담카드는 김일성-김정일 후계체제의 확립과 미.북한 수교와도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시 말해 김주석은 김부자후계체제를 공인받고 정상회담개최를 미국및 일본과의 수교로 가는 디딤돌로 삼으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특히 김주석은 남북정상회담 제의를 우리측에 직접 전달하지 않고 전임미대통령을 통해 전했다는 사실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남북정상회담도 서울과 평양이 직접 접촉해 성사되는 것이 아니라 전임대통령을 중재자로 한 미국의 관여가 있어야 성사된다는 것을 미국측에 보여줌으로써 어떠한 형태로든 미국과 연결고리를 맺어두려는 것이다.김대통령이 이같은 북측의 의도에 상관없이 정상회담을 즉각 수락한 것은국민의 생존권을 보장하고 국가를 보위하기 위해서는 정상회담을 통해서라도북한핵개발을 막아야 하겠다는 소신에 따른 것이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설명이다.
김대통령으로서는 김주석이 진정으로 정상회담에서 핵문제롤 포함한 남북현안전반에 관해 협의할 생각이 있다면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다.김대통령은 김주석과 단독으로 대좌하는 것이 핵문제해결과 북한의 개방을이끌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으며 새로운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부는 김대통령의 이같은 소신과 판단을 토대로 다음주초 통일안보정책조정회의를 열어 북한핵문제와 남북정상회담에 임하는 정부 입장을 최종 정리할계획이다.
물론 남북정상회담 성사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없는 것은 아니다. 북한은남북이산가족 교류문제를 비롯, 항상 남북현안에 대해 원칙에는 합의해놓고실무차원의 구체적인 협의에 들어가면 절차및 돌출쟁점을 문제삼아 판을 깨는 경우가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을 제의한 북한의 의도와 목적이 어디에 있든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 이는 남북관계 전반은 물론, 북한과 미.일수교및 대북경협문제등에 이르기까지 한반도 정세에 커다란 분기점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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