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줏대없는 북핵외교

카터 전 미국대통령의 평양행을 전후해 도대체 우리 정부의 립지를 어디서찾아야 할는지 심히 당혹스럽다.이곳 북경의 숱한 관영매체들은 요즘 매일 외신면 톱으로 다루는 것이 카터의 방북, 방한결과지만 한국의 시각은 단 한줄을 구경하기가 힘들다.우리는 북핵에 관한 한 확고한 입장도 없다는 말인가.

번번이 미, 일을 비롯한 영, 러시아를 쫓아다니면서 대북제재를 강조하는 개성없는 서방국의 하나쯤으로 인식됐던 것이 북경에 비쳐진 한국의 최근 모습이 아닌가 싶다.

그나마 카터가 남, 북한을 휘젓고 다니면서 "대북제재는 비건설적" 어쩌고할때부터는 한국의 시각은 아예 발 붙일 곳조차 없어져 버렸다.중국의 시각을 과부족 없이 대변해줬으니 카터가 기특하기도 했을 것이다.홍콩의 시각은 또 어떤가.

{북핵문제의 중대한 진전 이룩} {카터, 미에 대북제재 강력 반대}등을 비롯,하다 못해 김일성의 두뇌가 민첩하다고 했다는 카터의 말까지 제목으로 뽑혀 나오고 있다.

카터가 다시 서울을 거쳐 미국에 도착한 시점에까지 신문제목의 주어는 온통카터, 김일성이니 한국정부의 입장이 보도될 여지가 있을리 없다.중국은 북한이 지난해 3월12일, 핵확산 금지조약 탈퇴를 선언한 이후 오늘까지 위로는 강택민주석에서 아래로 외교부의 실무 과장선에 이르기까지 북핵문제에 대해서는 글자 한자 틀리지 않을만큼 일관되게 {사방삼변의 대화해결}을주창해왔다.

대북영향력 행사를 부탁받을때엔 예외없이 {조선은 자주국}을 되뇌어왔다.대화해결이란 대의명분을 누가 거스를수 있으며 한반도에 무력충돌이 빚어져그들이 입을 직접적인 손실을 방지하겠다는데야 누가 강요할수 있나.명실이 딱 맞아떨어지는 부동의 정책이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핵난리 1년3개월이 지나는동안 {자주조선}이란 묘한 대북영향력을 바탕으로 대미 최혜국대우조치 연장을 얻어내는등 국제적인 실리는또 얼마나 많이 챙겨갔는지 우리는 곰곰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한승주외무장관이 모스크바에서 워싱턴으로, 다시 도쿄를 거쳐 마지막으로북경까지 구두가 닳을 정도로 뛰어다녔지만 현재의 시점에서 뭘 얻었나 싶은느낌이다.

카터가 북에서 50여년을 집권한 사람과 악수를 나누기 전 고개를 숙이며 경의를 표했던 모습이나 대동강 뱃놀이를 3시간 반이나 즐긴 것을 보면 인권전문가인 그도 이름값을 제대로 했는지 의문스런 느낌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