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석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이 21일로 취임 6개월을 맞았다.정 부총리는 상공부장관을 끝으로 관직을 떠난 지 13년만인 지난해 {돌아온장고}라는 새로운 별칭과 함께 화려하게 컴백, 교통부장관을 잠시 지낸 후금융실명제 주역인 이경식 전부총리에 이어 김영삼정부 제2기 경제팀의 수장으로 발탁됐다.정 부총리는 당시 파격의 멋과 관록으로 관가는 물론 세간의 기대와 주목을집중시켰으며 취임 일성으로 {3개월만 여유를 달라}고 말했으나 6개월이 지난 현재의 성적표는 칭찬 일변도만은 아닌 것같다.
그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측은 {한마디로 소신과 의욕이 없으며 치적이라고내세울 만한 것도 없다}는게 비판의 요지이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쪽에서는{우리나라가 세계 10대 경제 강국으로 부상한 마당에 아직도 3공 시절을 생각해서는 곤란하며 소리없는 조정 역할이 오히려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정 부총리는 취임 초 관행이라는 것은 안중에도 없다는 식의 남다른 언행으로 가는 곳마다 얘깃거리와 함께 기대를 불러 모았다.
{경제정책이 일사불란할 수는 없고 다양한 의견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하는가하면 {부총리 역할만 하고 기획원장관 일은 차관 이하 간부들에게 맡기겠다}고 밝히기도 했고 회의를 서서 주재하거나 경제장관회의 장소를 다른 부처로옮겨서 여는등 일련의 언행은 주변을 주목시키고 경제관료들을 긴장시키기에충분했다.
그러나 점차 시일이 지나고 {색다름}에 대한 호기심이 점차 가시면서 최근에는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비판론자들은 우루과이 라운드(UR) 이행계획서 수정파문은 그가 취임한지 얼마되지 않아 터졌기 때문에 차치하더라도 농안법 파동이나 개인연금제도 도입을 둘러싼 부처간의 이기주의에 대해서는 본인 스스로 강조하던 조정자로서의역할을 포기하고 몸을 사린 게 아니냐고 반문하고 있다.
이에 반해 그가 시도한 기획원의 위상과 기능 재정립이나 기획원과 여타 경제부처간의 역할 분담 조정 등은 다소 실험적인 측면이 있다고는 해도 국제화,개방화를 지향하는 우리 경제의 실정에서 볼 때 새로운 발상 전환이라고 평가하는 측도 만만치 않다.
며느리가 아무리 잘 해도 시어머니가 나쁘게만 보려면 도리가 없다는 식으로새로운 시도를 기존의 시각으로만 보려고 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실제로 정 부총리가 취임 이후 벌려 놓은 일중 굵직굵직한 사안만 해도 경제국제화 추진계획 확정, 소비자보호 종합시책 시행, 농어촌 종합대책 확정, 사회간접자본시설 민자유치촉진법 제정 추진, 경제행정규제 완화, 공기업 민영화 추진 등 수두룩하며 전반적인 여건 호전에 힘입은 것이기는 하지만 경기확장이 더욱 확연해진 것도 치적이라면 치적으로 내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적어도 이들 정책중 상당부분이 기획원의 주도적인 발상아래 이루어지고 있다는점에서 추진과정상의 일부 잡음에도 불구하고 경제 총괄부처로서의 기획원의 위상은 오히려 새로와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올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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