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그가 살인범이 아니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속을 살펴보면 영웅부재의 살벌한 시대에 또 하나의 {영웅}이 사라지는 안타까움을 못내 아쉬워하는섭섭함이 도사리고 있다.O.J심슨(46)이 전처 니컬 심슨(35)과 그녀의 남자친구 론 골드맨(25)을 죽인혐의로 체포됐다. 미식축구사상 여러 신기록을 세운 불세출의 선수였고 은퇴후에는 텔레비전 스포츠 해설가로, 광고선전 모델로 그리고 영화배우로 만인의 부러움을 샀던 심슨이 사람을 둘씩이나 죽인 끔찍한 살인범으로 몰려 있다.{체육인의 전당}에 이름이 올라있는 자랑스런 스포츠맨이 갑자기 흉악범만따로 수감하는 독방에 갖힌 죄수가 된 것이다.
경찰을 빼돌리고 도망친 심슨이 체포되던 날 이마에 권총을 대고 자결을 꾀한 심슨을 태운 친구 알 콜링스(45)의 흰색 포드 브롱코 차가 고속도로를 누비고 그 뒤를 십여대의 경찰차가 추격하는 아슬아슬한 광경이 두시간동안 텔레비전 생방송을 통해 전해지자 사람들은 혹시 그가 자살을 하지않을까 걱정을 했다. 길목마다 사람들이 몰려들어 손을 흔들며 환호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곳곳에서 [O.J 이겨라!] [심슨을 놓아주라]는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나온 팬들도 눈에 띄었다. 운동경기후 승리를 축하하는 흥건한 축제분위기를 방불케 했다.
심슨이 살인범이라고 믿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뜻밖에 많다. 그가 구속 수감된 다음날 실시된 ESPN-TV(전국스포츠만 전문 중계하는)여론조사에서 응답자 72%가 심슨이 {무죄일것}이라는 희망적인 견해를 밝혔다. 심지어 심슨이어떤 음모에 말려들었다는 소문도 파다하다.
일이 이쯤된데 대해 전문가들은 미국인의 권위에 대한 혐오와 약자를 성원하는 군중심리가 작용한것 이라고 풀이하면서 심슨에 대한 서민대중의 사랑과동경이 워낙 두텁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러나 가정파탄이 불씨가 되고 가해자와 피해자가 흑인과 백인인 이 사건을 보는 눈이 서로 다르다. 미국여성단체협의회 LA지부장 테미 부르스는 [막을 수 있었던 일이 터졌다]며 [경찰이심슨에게 특별대우를 하여 도망칠 기회를 준것부터가 잘못이다]고 눈살을 찌푸렸다.
한편 심슨 자신은 친구가 대신 읽은 그의 공개편지 서두에서 [나는 살인과는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결백을 주장하면서 [나는 실종자다]고 알쏭달쏭한 말을 남겨 의심만 더욱 부풀게 하고 있다.
거리의 {영웅}이 졸지에 살인혐의자가 되어 도망자 신세로 쫓기다가 결국 경찰에 투항한 심슨의 드라마는 미국적 비극의 한 단면이다. O.J 심슨의 실패이기에 앞서 사회적 실패이다. 도덕적인 무게보다 개인의 명성에 가치를 더둔미국사회 잘못때문에 생긴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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