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창 넷**혜수는 서툴게 끊여진 미역국을 먹으며 자신이 생각하는 것들에 관한 이야기를 잔뜩 늘어 놓았다. 전에 없이 말이 많아진 것도 나에게는 혼란스럽기만 했다. 혜수의 이야기로 내가 새로 알게 된 건 그애가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훨씬 많은 여행을 했다는 것과 친구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었다.[난 왜 그랬을까? 어디 한곳에 머물러 있지를 못해 했어. 지도를 펴놓고 무작정 어딘가로 떠나곤 했지. 한데 막상 그곳으로 달려가 보면 내가 생각하고있던 곳과는 거리가 멀곤 했어. 강원도 산골짜기며 서해의 작은 섬들, 그리고 전국의 산마다 깃들어 있는 절들......정말 숱하게 돌아 다녔거든. 혼자서그 많은 장소들을 찾아 다녔던 게 지금 생각하면 믿기지 않아. 그런데 내가무엇을 보고자 했던 건지도 모르겠어. 얼마나 정신없이 불쑥 떠나곤 했던지한번은 짝짝으로 다른 신을 꿰어 신고 줄곧 여행을 한적도 있었어. 또 하나이상한 건 그렇게 돌아다녀도 한번도 다른 사람의 시선을 받아 본적이 없었다는 거야. 젊은 여자가 혼자 여행을 하는 것을 기이하게 여길만도 했을 거고 젊은 남성들이 말을 붙여올 법도 했을 텐데......]
그건 아마 네가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겠지, 그렇게 말하려다말고 나는 혜수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 보았다.
무언가 자기만의 생각속에서 살아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내밀한 표정이혜수의 얼굴에는 담겨 있었다. 자신만의 향기에 젖어 있는 그 얼굴은 내 가족이기 때문에 익숙해 있었던 것 뿐, 다른 사람이 보면 혜수는 아주 특이하게보여질지도 모르겠구나 싶어졌다.
교사 생활을 하다 보면 간혹 그런 아이가 있었다. 일년이 다 지나가도 다른아이들의 주의를 그다지 끌지 않고 있는 둥 마는 둥 하는 그런아이들. 그들은 대부분 다른 아이들이나 학교생활에 그다지 관심이 없고 제 나름대로의생각에 빠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 아이들은 드물게 누군가 자신에게 관심을 갖고 자신과 이야기가 통한다 싶은 대상이 생기면 그 상대와 모든 걸 함께 하려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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