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설-선인장이야기

합창 다섯어찌된 일인지 나는 새 학급을 맡게되면 그런 폐쇄적인 아이들을 금세 구별해낼 수가 있었고 아무도 없는 빈교실 같은데서 그런 얼굴을 부딪히면 관심을숨기지 못하곤 했다. 혜수도 나를 그런 대상으로 여기는 걸까. 나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이렇게 하기 시작한 이유가 궁금해졌다.

혜수가 잠시 밥을 먹는 틈을 타서 나는 그애가 낯선 곳에서 낯선 곳으로 돌아다니는 모습을 머리 속으로 그려 보았다. 간단한 차림새를 하고 단발머리를 바람에 나부끼며 타박타박 걷다가 사람의 자취가 끊겨진 곳에 다다르면 혼자 생각에 잠겨 파도소리를 듣거나 숲의 투명한 녹색에 젖어 들어 한동안 앉아 있었겠지. 가만히 드러누워 담배를 피우거나 하늘을 바라도 보았겠지.혜수는 무엇을 보았을까. 자신이 보고 싶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모르겠다는혜수의 말을 나는 곱씹어 보았다. 혜수야, 네가 보고자 한 것은 한없이 낯선곳에 펼쳐져 있는 그 새로운 풍광들은 아니었을 거야. 어쩌면 네가 보고자한 것은 너의 그 까닭없이 헤매는 마음을 붙잡아 매어줄 어떤 근거가 아니었을까. 너의 마음 바깥에 네가 친숙해질 수 있는 구석이 있는지 알고 싶었던것 아닐까. 혜수가 나의 생각을 끊으며 불쑥 말했다.

[언니, 난 타고난 명상가래. 언젠가 지리산의 한 절에서 밤을 맞게 되어 그곳에서 하룻밤 묵고 갈 수 있겠느냐고 어떤 스님에게 부탁했거든. 그 스님이이것저것 나에 대해서 묻길래 조금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어. 그 스님이하는 말씀이 내가 자주 빠져들곤 하는 상태가 바로 명상이라는 거야. 나에겐언어가 사라져 버리는 순간이 있어. 그땐 침묵 속에서 갖가지 생각들이 언어로 펼쳐지는 것과도 또 다른 상태가 되는데...... 이런 상태에 대해서 난잘 설명할 수가 없어. 하여간 그가 가르쳐준대로 그 이후 간혹 호흡을 조절하기도 하고 마음을 가만히 가라앉히곤 했었거든. 그러면 나는 내 속에서 쑤욱 빠져 나오곤 했었어......]

나는 혜수의 말을 잘 알아 들을 수가 없어서 뭔가 함께 나눌 수 있는 다른이야기를 필요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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