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중악성-반세기만의 만남

민족분단 이후 최초로 남북최고지도자의 역사적 만남이 성사될 모양이다.서울과 평양, 곡사포 사정거리도 안되는 지척의 거리에서 살아오면서도 서로의 만남을 {약속}만 하는데 무려 49년의 세월이 걸렸다.그만큼 길고 힘든 곡절이 담겨있는 만남이기에 7월25일 평양 회담에 거는 국민적 기대와 관심은 가이없다.

과연 두사람은 역사적인 만남의 자리에서 무슨 말들을 할까.속은 감춘채 덕담이나 할 것인가. 아니면 그야말로 클린턴도 옐친도 등소평도 없는 둘만의 자리에서 반세기 동안 이심전심 강대국 몰래 품고 있던 뼈저린 민족의 염원들을 털어놓고 자주통일중흥의 배포를 맞출 것인가.두 지도자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많은 국민들은 {나같으면 이런 이야기를 하겠다}는 의견이나 {바로 이런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는 다양한 생각들을 품고있으리라 믿어진다.

또한 무엇보다 이번 회담이 갖는 의미와 비중은 무슨 말을 하느냐와 얼마만큼 오고간 말들이 잘 지켜지느냐는 데 있다는 사실도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아마도 김주석은 핵개발 의혹에 대한 북측의 고립적 입장과 국내현실을 꺼내설득하려 들 것이다.

그것이 이번 회담의 가장 핵심적인 이슈이며 우리가 평양까지 찾아가는 이유도 바로 그 문제의 관심과 필요성을 인식하기 때문이다.

틀림없이 김주석은 핵이 없다는 주장이나 아니면 불가피하게 개발해야한다는당위성을 펴나갈 것이지만 회담의 궁극적 목표가 핵의 해소나 제거, 또는 개발의지의 포기를 유도해내는데 있는만큼 김영삼 대통령의 설득 능력과 포섭력은 어느때보다 높은 비중과 부담을 안는다.

반세기만의 만남이 단순한 외교적 의전행사로 끝날 것인가 아니면 그야말로평화공존과 통일을 향한 결정적 발판마련의 계기가 될 것인가는 두사람의 의지와 열의, 그리고 국민적 성원에 달려있다.

물론 애초부터 북쪽이 정치적 의도와 핵개발시간벌기 작전으로 제안한 만남이었다면 남쪽 대통령의 의지나 국민적 성원같은 것도 허랑한 일이긴 하지만.그러나 어차피 노력과 인내는 우리쪽이 감수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진정한 세계속의 평화통일과 민족공존을 원하는 입장에 있으니까.이번 두정상의 만남이 {우연}이 아닌 우리모두의 {바람}인 만큼 반드시 현실적인 결실을 얻어내야 한다.

수사적인 공동성명발표나 덕담을 나누는 만남으로 끝나게 될 경우 우리의 통일은 또한번 박자가 늘어지고 핵뿐아니라 이산가족문제, 경제협력 모든 부분에서 속도를 잃게 된다.

지금 강대국들은 우리에게 그런대로의 우정을 보내고 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우리만큼 한반도의 통일, 나아가 한국과 북한이 강대국으로 부상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는 사실도 두 정상은 잊어서는 안된다.

그러한 바깥 사정까지 감안해가면서 동족의 문제를 풀어나가는 국제적 균형감각을 잃지않길 바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저 모양내기나 회담의 주도권잡기에 신경쓰는 외교적 접근이 아닌 가슴과 가슴으로 부딪치는 지도자의 모습을보여주기를 기대 하는 것이다.

국민들중에는 두사람이 만난김에 남북한 공동 핵개발을 합의하는 것도 국제적인 위상 강화에 유리하지 않느냐는 의견과 발상을 갖고 있는 사람도 없지않을 것이다.

평화공존을 추구하면서도 그러한 강성의 의견이 있을 수도 있음을 두 지도자는 감지할 필요가 있다.

단지 그러한 소수 견해들은 북한이 진정한 민족 공동의 번영과 평화통일을원하고 공감하고 실천의지가 확고하다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을 빼놓을수 없지만.

어쨌든 두정상의 만남이 가급적 여러 계층과 많은 국민들에게 공감되는 열매를 얻어내기를 기대할뿐이다.

반세기의 만남이 악수나 하고 사진이나 찍고 만찬장에서 칵테일 잔이나 드는것으로 끝나기엔 우리는 너무나 오랜 세월을 힘겹게 기다려 왔지 않은가.두 지도자의 만남이 6천만 한민족 모두에게 희망과 용기를 심는 자리가 되기를 다시한번 기대하며 행여 공허한 공론만 주고받고 끝나는 {소문난 잔치}가되지않기를 거듭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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