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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문화의 주체성

몇년전 모국을 방문했던 어느 연변작가는 국내외 제반 문화현상을 몸소 둘러본 뒤에 짤막한 소견을 발표했으며, 이는 한 마디로 충격적이었다. 곧 그는오늘의 한국문화는 주체성을 잃은 서구문화의 쓰레기장 같은 통속물로 전락했다고 했다.거의 반세기 동안 이국에서 견고한 자존심 하나로 민족혼을 불태우다가 처음귀국해서 본 문화는 민족혼을 바탕으로 한, 작가 의식이나 장인 정신이 결여된 채 대중의 인기와 영합한 문화, 흥미 위주로 독자의 기호에 끌려다니는 오락물이라고 통렬히 비난했다.

뜻있는 사람이라면 뼈에 새겨 들었을 것이며, 얼굴이 붉어졌으리라.오늘날 우리의 문화현상을 두고 시인 신경림은 [서구 지향적으로, 특히 미국의 사대주의에 빠져있다며 FM방송에는 미국 노래가 80%, 한국노래는 20% 정도로 우리의 순수성을 잃고 있다]고 했다.

미국 팝송보다는 한국의 대중가요가 훨씬 더 한국적임은 말할 것도 없다. 대중가요는 민요와 함께 그 민족의 애환을 같이 해온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외래의 것에 오염된 현상은 대중가요뿐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심각할 정도다. 이런 문화속에 마취되어 있는 이들은 국제화 시대에 무슨 잠꼬대냐고 반문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제 것을 버리고 남의 것에 혼이 빼앗긴문화, 혼이 빠진 민족은 어떻게 되겠는가.

우리의 민족혼이 짙게 박혀, 민족정서가 흥건히 녹아흐르는 굳건한 민족문화의 토대 위에, 외래문화의 장점을 접목시켜 더욱 훌륭한 민족문화로 재창조해야 함은 재론할 여지가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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