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설-선인장이야기

합창(합창) 일곱[그에게 있어 음악이란 피타고라스 학파가 생각한 것과 유사해. 마치 피타고라스 학파가 마디 사이의 음정이 정수로 표현될 수 있다는 걸 발견하고 음악을 만물에는 수가 충만해 있다는 한 실례로 생각한 것처럼 그는 음악을 다른 어떤 것을 인식하는 통로로 여기고 있어.]

[.......]

그래도 나는 혜수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언니는 음악을 들으며 마음이 가라앉는 걸 느낀 적이 있을거야. 그가 말하길 작곡가는 그런 걸 다 계산에 넣고 악곡을 쓰는 것은 아니라는 거지. 마치풍경화나 정물화, 인물화가 분명한 대상을 나름대로 그려내더라도 그림의 소재는 실제했던 것이라 무엇을 그린거구나 하고 명백히 알 수 있듯이 음악에서도 표제를 내세운 것이 없지 않지만 그것은 그 소재를 보는 작곡가의 심상을악곡으로 내세운 것이기에 모든 사람에게 꼭 같은 걸 떠올리도록 하지는 않잖아? 그러니까 음악도 문학이나 미술과 마찬가지로 어떤 사실을 뚜렷하게묘사할 때 조차도 청취자에겐 전혀 다른 걸 느끼게 할 수 있다는 거야. 그래서 음악이란 건 가장 청취자의 자율성을 필요로 하는 작업일 수 있다는 거야. 미처 자신이 알지 못하고 있던 마음을 가장 잘 비춰줄 수 있는 거울과 같은 예술의 형태가 음악이 아닌가 하는 것인데......]

혜수는 그렇게 긴 설명에도 불구하고 내가 잘 알아듣지 못하는 눈치를 보이자 안타깝다는 듯 이렇게 덧붙였다.

[그러니까 그는 미처 음악의 본질적인 성질들을 사람들이 제대로 이해하지못하고서도-음악을 듣고 있는 것과 자신의 마음에 대해 잘 모르면서도 마음이 시키는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주 흡사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지. 그에겐 그래서 음악에 대해 탐구하는 것이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내는작업에 다름없어. 그가 작곡을 그다지 많이 하지 않는 이유란 거기에 있지.]나는 이런 복잡한 생각들이 왜 필요한가에 대해선 도무지 알 수가 없어 어리둥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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