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등-공무원의 폐수 불감증

지난달 30일 오후8시 달서구 성서관리공단내 대명천하류지점에는 환경청 시청공무원 20여명이 모여있었다.[장관이 언제 오시지]

이들은 폐유유출로 낙동강취수중단사태까지 맞고도 오염방지책을 궁리하기는커녕 환경처장관순시만 기다리며 초조하게 시계를 들여다보고 있었다.장관순시를 의식한 듯 한 공무원은 [오일펜스에 슬러지가 끼어 물이 더 검어지니 일단 흘려보내고 다시 오일펜스를 치자]고 말해 무성의한 환경대책을 보여줬다. [극히 적은 양의 절삭유가 흘러든 걸 가지고 이렇게 야단들이니...]또다른 공무원이 중얼거렸다.

이들은 지난1월 낙동강 수질오염사건으로 {폐수공포증}에 걸린 달성군 화원면, 달서구 성서 월배 일대 주민들의 질책은 제쳐둔 듯 했다.[대구 하면 폐수라는 인식이 잘못됐습니다. 흘러간 것은 소량의 기름뿐이고설령 발암성물질인 디클로로메탄이 검출됐다 하더라도 휘발성이 강해 수질오염과는 무관합니다]폐수사건에 지친 시공무원의 무성의한 항변이다.사건축소에만 급급한 이들은 또 자기들끼리 소관업무를 놓고 내것, 네것 따지기도 했다. {폐유유출 하나 못막는다}는 환경공무원의 질책에 한 시청 공무원은 [폐유유출업체 적발 단속 등은 환경청업무인데 왜 우리를 나무라느냐]고맞받아 쳤다.

이날 오후9시 환경처장관이 서울로 떠났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공무원 2명만남긴채 이들은 차를 타고 일시에 성서공단을 빠져나가버렸다.[왜 우리만 폐수에 희생양이 돼야 합니까] 검은 기름띠가 묻은 오일펜스를바라보던 한 주민의 탄식이 허공에 메아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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