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생황혼기 넘어 새출발

꽃으로 새긴 {축결혼} 글씨아래 휠체어에 수줍은듯 고개를 숙이고 있는 분홍한복차림의 신부 김수향할머니(65). 옆에는 신랑 김형권할아버지(70)가 가슴에 꽃을 꽂고 약간은 상기된 얼굴로 앉아있다.지난달 30일 12시 달서구 성당동 대구자원봉사지원센터 강당에서는 신부가다니던 단산교회 김인성목사의 주례사, 주저하던 신랑.신부를 어렵게 설득해결혼식장에 세운 볼런티어센터내 가정봉사자모임 {한사랑회} 강귀조회장의기도, 황대현 달서구청장과 전석복지재단 여운재이사장의 축사가 이어지는 동안에도 신랑신부는 쑥스러운듯 여전히 고개를 들지못했다.

두사람이 처음 만난 것은 88년 복음양로원. 이후 김형권씨는 김수향씨가 시립희망원으로 옮겼다가 가창군 단산리에 단칸방을 마련해 혼자 사는 동안에도차를 두번 갈아타고 1시간여를 걸어서 한달에 한두번씩 할머니를 찾아갔다.두사람 모두 {어린나이}에 결혼했다가 한두해만에 실패하고 일점 혈육없이막노동과 식당일등으로 예순너머까지 힘들게 살아오다 시립희망원과 복음양로원등을 전전하다 늘그막에 따뜻한 보금자리를 차리게 된 것이다.늦깎이 신혼부부의 신방을 마련하기 위해 한사랑회는 5월7일 하루찻집을 열었고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달서구 두류1동에 작은 월세방을 마련했다.인생의 황혼에서 새로운 동반자를 만난 신랑신부는 하객들의 박수속에 색색의 축하무지개떡을 자르며 비로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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