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정상회담은 가슴으로

남북정상회담의 준비작업이 의외로 쉽게 진척되어 오히려 불안할 정도다. 분단이후 여러차례 있어왔던 남북대화는 서로의 이해관계 때문에 톱니의 이빨이맞지 않아 삐걱거리다 결렬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러나 이번에 김일성주석이 제안하고 지미 카터 전미국대통령이 중계하고 김영삼대통령이 즉각 수락한 남북정상회담은 아무런 걸림돌이나 마찰음없이 순풍에 돛단듯 진행되고 있어 지나친 적요로움이 품고 있을 어떤 돌발적인 사태가 일어나지 않을까 싶어그것이 불안한 것이다.어제 판문점에서 열린 첫 실무접촉은 우리측의 큰 양보로 평양회담이 결실을맺은데 화답이라도 하듯 북측 또한 우리의 제의를 전향적으로 받아들여 회담의 전망을 아주 밝게 하고 있다. 실무접촉에서의 합의내용은 대표단 1백명과 보도진 80명선으로 규모가 정해졌으며 두 정상의 두차례이상 단독회담을개최하며 북측이 대표단에 대한 신변안전보장을 한다는 것등이다.다만 선발대의 사전답사방법과 TV방송의 현장생중계 문제등은 북측이 국제적관례를 숙지하는데 미숙하여 당일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으나 이틀째 접촉에서는 원만히 타결될 것으로 보여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데는 별다른 문제점은없을 것 같다.

대다수 국민들의 마음속엔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열려 북한의 핵개발의혹으로 야기되고 있는 한반도의 긴장상태가 완화되어 7천만 한민족이 공동평화를 누릴것을 희구하고 있다. 이러한 열망이 원체 강한 나머지 북측의 {대화요청}이나 {회담수락}등 전에는 볼수 없었던 태도변화를 한편으론 반기면서도다른 한편에선 반신반의한 것도 사실이다.

이제 실무접촉에서 몇가지 매듭이 풀리고 나면 남북정상회담은 {세기의 역사적 대사건}이란 표제아래 오는25일 평양에서 열리게 될것이다. 핵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의 위정자들을 색안경 낀 눈으로 보던 세계인들도 이번 평양회담을 지켜보는 시각은 아주 특별하다. 평양회담이 북핵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서 한반도의 긴장상태를 풀게 될것이며 또 크게보면 두 정상의 만남이 어쩌면 통일을 앞당길수도 있는 희망을 갖고있기 때문이다.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만나는 두 정상이 의제를 정하지 않고 만난다는것은특이하다. 그것은 참으로 잘된 일이며 바람직한 회담방법이다. 진정으로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러 갈땐 흔히 머리속으로 해야할 말을 생각해 가지만그것은 아무 쓸모없는 준비라는 것을 경험으로 알수있다.

두 정상은 남북최고의 지도자로서 또 인간대 인간으로 무릎을 맞대고 가슴으로 만나야 한다. 민족의 장래와 한반도의 미래는 의식이나 형식이 결정하지않는다. 한반도와 민족을 두갈래로 생각하지 않고 이익과 욕심을 {하나}로 생각한다면 핵문제뿐아니라 남북경협, 이산가족문제등 쌓여있는 현안은 한꺼번에 풀릴 것이다. 대망의 평양회담을 기쁜 마음으로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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