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승의 거처만이 암자는 아니다. 사람사는 세상, 모든 이의 앉은 자리가다들 각자의 암자이다. 이를테면 주부에게는 물끓는 부엌이, 교수에게는 강단이, 화가에게는 빈 캔버스가 모두 각자의 암자다. 그만큼 어느 자리이든 온전히 지키고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자신과의 끝없는 투쟁을 담보로 한다.하물며 서로 생채기내는 말들과 감정적 폭력이 난무하는 세상, 진실이니 도덕이니 양심이라는 말도 편의에 따라 옮겨실리는 세상, 자신의 억견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어떤 거짓과 위장도 불사하는 세상, 이런 세상 한가운데 상하지않고 소신껏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일은 그 자체가 버거운 싸움이다.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만든 세상을 사는 법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자신이 지은 업은 반드시 자신이 지은 만큼 짊어지는 법이다. 남을 탓하는 비방의 말도결국은 자신에게 되돌아와 스스로를 다치게 할 뿐이다. 불교경전 {수타니파타}에는 이런 문구가 있다. {사람은 태어날 때에 입 안에 도끼를 가지고 나온다. 어리석은 사람은 말을 함부로 함으로써 그 도끼로 자신을 찍고 만다}고.욕심과 어리석음의 말들을 거두고 이제 다들 드높아질 수는 없을까. 잘못 앉으면 주저없이 살다가는 미물들의 자리만큼도 못한 것이 사람자식들의 자리가아닌가. 어려운 마음들 서로 끌어안고 살아도 아까운 세상에 사람들은 무엇때문에 서로를 마모시키고 소모당하고 있는지, 학문이든 예술이든 보다 숭고한 삶을 위해서 하는 일이라면 삶의 자리, 그 비집고 앉은 자리가 어떻게 해야 가치있는 자리가 될지 모두 함께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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