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해 김씨 자남후손 3백년의 인물사

현직 의사가 새로운 스타일의 족보를 간행, 화제가 되고 있다. 산부인과 전문의인 김태준(김태준.53)박사는 문중마다 발간하는 족보가 문중의 특정인 몇몇이나, 필요할때나 한두번 보는데 그치는 역할밖에 하지 못하는데 대해 {문중 전체가 참여할수 있고 읽힐 수 있는 족보 만들기}에 나서 7년여만에 {자남옹세가록}을 완성했다.자남옹세가록은 현 달성군 화원읍 인흥마을에서 김해 김씨의 가문을 연 입향조 자남공의 후손들에 대한 1694년-현재까지 3백년간의 기록이다."군대에서 간염으로 죽을 고비를 넘겼어요. 그때 생각하기를 만약 이대로 죽어버리면 {나}라는 존재는 어떤 흔적도 남기지 못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이후 월남전에 참전해서 수많은 죽음을 목격하고보니 생명의 고귀함과 더불어 {저렇게 허망하게 인생을 마칠수도 있구나, 그들은 이 세상에 또그 후손들에게 얼마만한 흔적을 남길 수 있는가}라는 생각을 하게 됐지요"김 박사가 의과대학을 졸업한후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어머니에 대한 기록이라고는 호적에 한 줄- 그것이 전부였다. 한 평생 어머니의 삶이 서류상 한줄 이름으로 끝나는 것이 안타까워 어머니에대한 정이 각별하던 4형제의 막내로 그는 언젠가는 어머니에 대한 기록을 남겨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그 생각은 누구든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족보를 만들어 보자는데까지 확대, 산부인과 의사라는 직업과는 어울리지않음에도 불구, 7년여의 대장정에들어섰다.

김 박사는 지난 88년부터 자남 후손들의 재적등본.관계 서류등을 입수하기위해 구청등 관공서 창고의 단골이 되어 직원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은 적이한두번이 아니었고, 서울.부산등 각지로 흩어져있는 문중사람들을 찾아 기억을 더듬어내고 이야기를 끌어 내는데 전력을 쏟았다.

이렇게 만들어진 자남옹세가록은 입향조 자남이후 3백년간 후손들의 출생.유년기.성격.배우자.생업.사망.묘지의 위치등을 인물마다 제목을 붙여가며 구수한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는듯한 스타일로 씌어졌다. 또 사이사이마다 일가사람들이 남긴 기록이나 편지, 족보발간에 대한 의견, 문중 행사에 대한 나름대로의 생각등도 실려 있어 마치 문중 전체가 책 한권 속에서 살아 숨쉬는듯 하며 3백년 세월이 눈 앞에 그대로 다가오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하나하나의 내용을 따로 떼어놓으면 그야말로 소설같은 한 인물의 인생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그중 한 대목을 예로 들어 본다.

문경현 경북대학교 인문대학장이 {이 책은 김 박사가 숭조위선(숭조위선)의경모와 애향의 열성으로 엮은 자남세가의 역사와 그의 세거고장의 긍지 높은애향심을 기술한 저작}이라 서문에서 밝혔듯이 문중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그대로 담겨져 있다.

특히 여타 족보에 보이는 선조들에 대한 과장된 미화보다는 있는 그대로를진솔하게 기록해 더러는 가문에 흠이 될 수 있는 인물의 행적까지도 거리낌없이 밝히고 있는 것은 혈족에 대한 보다 큰 사랑이 전제됨이 아닌가 싶다.고교시절(계성고)닦은 글솜씨로 {영남문화}동인이기도 하며 {대구고서(고서)동우회} 회원이기도한 김 박사는 삼국유사.삼국사기는 외울 수 있을 만큼 수없이 읽었다고. 전공인 의학분야 서적보다도 고서적을 더많이 소장하고 있다.현재 대구시 중구 동일동 이기영 산부인과 부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김태준박사는 "산부인과니만큼 새 생명을 받을 때마다 어느 집안인가의 대를 이어준다는 경건한 마음이 들곤한다"고.

부인 김정숙씨(44)와의 사이에 2남1녀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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