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49년만에 처음 이뤄지는 남북정상회담은 아무리 냉정하려해도 너무나 벅찬 것이다. 회담을 앞두고 온갖 시각의 낙관론과 비관론이 갈래를 잡기 힘들만큼 풍비하고 회담에 제시할 안건도 가지가지다. 그리고 꼭 성사시키고 돌아오라는 주문도 한두가지가 아니다. 김영삼대통령도 회담준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소식이나 이렇게 많은 제안과 주문을 어떻게 소화시킬지 걱정될 지경이다. 그리고 김일성주석의 엉큼하고 노회한 자세에 만만찮은 경계론도 흘러나오고 있어 회담결과가 자칫 우리에게 손실을 가져올 가능성에 대해서도심사숙고해보지 않을수 없다.이같이 냉정하기 어려울만큼 많은 견해들이 족출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이회담의 비관론과 경계론은 냉정하게 짚어보아야할 부분이다. 단순히 낭만적인 통일관이나 무책임한 이상론으로 이 회담에 대한 기대와 평가를 할수는 없다. 그렇다고 막연한 추리와 짐작만으로 미리 비관하거나 경계할 필요도 없다.그러나 김일성이 핵문제처리에 시간을 벌기위해 이 회담을 이용할 것이라든지, 북의 평화공세에 이 회담을 선전용으로 쓸 것이라든지 하는 판단은 현실적으로 수긍할수도 있는 것들이다. 특히 외교적 상호주의가 무시될지도 모를평양회담은 북의 선전에 따라 악용될 수 있는 장소선택임이 분명하다.하지만 우리는 김일성이 그와같은 핵문제의 시간벌기나 내부적으로 악용할저의를 가졌더라도 그것이 확실히 드러나지 않고 있는 이상 남북정상회담에부정적일수는 없다. 또한 그것이 우리에게 중대한 손실을 입히지 않는다면 남북정상이 만나 민족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어떤 경우라도 반대할 수 없는 당위성을 가진 것이다.
더욱이 김일성은 민족적 자해행위를 저지른 장본인이기 때문에 역설적으로그와 문제를 풀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6.25전쟁의 도발과 이에 앞선 분단의 한쪽 책임을 지고 있는 그가 늦게나마 민족의 화해로서 이를 청산할 뜻을가지고 있는지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이것은 현재의 작은 손실에 구애될수 없는 민족의 장래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김구선생이 통일의 염원을 품고 북행을 결심했을때 상당수의 우익들과 친일파들은 그를 소련의 스파이로 매도한바 있다. 북행이 실패로 끝나고 말았지만선생의 통일염원은 그뒤 6.25로 인한 동족상잔을 겪고 더욱 숭고한 것이었음이 드러났다. 지금은 그때와는 국내외 정세가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아직도정상회담에 임하는 김영삼대통령에겐 큰 정치적 부담이 내재해 있다. 회담의결과에 따라 이같은 부담은 그에겐 매우 힘겨운 상황을 가져올지 모른다. 그러나 낙관과 비관의 불확실성속에 회담을 결단한 것은 결과에 대한 평가에 앞서 민족적 숙명에 순응한 것이라 할 수도 있다. 정치적 부담이 두려워 그 숙명적인 만남을 피할수는 없을 것이다.
정상회담에는 북핵문제를 풀고 리산가족의 만남도 성사시켜야하는등 많은 기대가 걸려있다. 개별적인 사안의 중대성과 심각성으로 보아 어떻게든 성과를얻을 수 있어야한다. 그러나 그많은 사안들을 첫술에 배부를 만큼 모두 챙길수 있겠는가.
그래서 이번 회담에 의제가 없다는 것을 의제가 너무 많기때문에 일일이 정하지않은것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구체적 의제는 없지만 결과는 성공할수도실패할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라도 김대통령이 꼭 확인해야할것은 김일성주석의 민족화해의지다. 그가 회담을 위계로 이용한다면 그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야할것이고 참된 화해의 정신을 가졌다면 형식에 상관않는 후속회담을열어 통일로 가는 큰 길을 닦아야 한다.
특히 김주석의 82세노령을 감안하면 굳이 상호주의에 의한 회담장소에 구애받을 필요도 없다. 이번 회담은 김주석의 화해의지를 확인하는것으로 최소목표를 정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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