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김일성의 사망으로 한때 무산될 위기에 있던 남북정상회담을 재추진한다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11일 이영덕국무총리가 국회에서 "남북이 이미 합의한 정상회담의 원칙은 유효하다"는 발언에 이어 이홍구통일부총리와 한승주외무부장관이 같은 요지의발언을 했고, 정종욱청와대 외교안보수석도 "한반도문제를 대화로 풀어간다는 기본 입장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는 점을 밝혔다.
정부의 이같은 입장은 분명히 김주석 사망소식이 알려진 후 수일간 보여온정상회담에 대한 냉담한 반응과는 다른 입장이다. 김주석 사망후 청와대와 정부내에서는 "원래 김일성과 대화한다는 것이었다" "상대가 있어야 회담을 할것이 아닌가" "지금 이 시점에서 정상회담이 유효하다 아니다고 얘기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말들이 공공연히 나왔다.
이같은 부정적 자세의 배경에는 김주석의 사망이라는 돌발사태가 북한의 체제와 대외정책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에 대한 불안이 깔려 있었다고 할수 있다. 정부 당국자들은 김주석이 사망한 이후 김정일이 후계자로 전권을승계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보면서도 새로운 견제세력이 나타나 북한내부에 권력투쟁 양상이 빚어질 가능성, 북한내에 집단지도체제가 자리잡을가능성등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또 김정일이 전권을 장악한다 하더라도 그를 주축으로 한 북한의 새로운 체제가 김일성이 천명한 대외유화정책을 계속 유지할 것인지는 여전히 불분명한상태며 이같은 상황에서는 정상회담을 갖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것이 당국자들의 생각이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김주석의 사인이 사고사가 아닌 자연사쪽으로 굳어지고,북한사회의 동향으로 미루어 김정일의 권력승계가 확실해 짐에 따라 체제에대한 정부당국자들의 불안은 어느정도 걷혀가고 있다. 정부당국자들은 "집단지도체제 또는 권력분점이 이루어 질 경우 정상회담의 상대가 누군가하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으나, 실질적 최고권력자와라면 언제든지 정상회담이 가능할 것"이라며 정치체제문제에는 비교적 신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당국자들은 그러나 새로운 권력체제가 앞으로 어떤 대외정책을 표방하고 나올지는 여전히 미지수로 남아 있는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북한은 지금까지 북미협상과 남북정상회담이 계속되기를 바란다는 간접적인 메시지를 수차례 전해온 적이 있을 뿐, 김일성이 카터 전미국대통령을 통해 전해온 국제사회에 대한 약속에 대해서는 가타부타 원즉천명을 미루고 있다.정부 당국자들은 이같은 북한의 움직임과 관련, 북한 사회가 아직 김주석의사망 충격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탓으로 보면서도 새 집권세력이 기존의 대외정책을 전면재검토할 시간적 여유를 갖기위한 제스처일 가능성도 배제하지않고 있다. 최악의 경우 북한이 체제유지의 수단으로 인출된 핵연료봉에서플루토늄을 추출하는 등 핵무기의 개발을 강행하는 등 기존의 정책에서 1백80도 반전을 기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와관련 11일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는 북한이 정상회담의계속 등 다소 전향적인 제안을 가지고 나오더라도 선뜻 정상회담에 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기존의 대화정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원칙천명이 없는한 지엽적인 문제에 대한 제안들은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지적했다.
이같은 부정적 전망에도 정부가 정상회담의 계속 추진을 밝힌 것은 "상대가누구든 남북문제를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원칙론에 따라 대화와 협상의 여지를 남겨두기 위한 배려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주석 사망후 미국일본등 우방국들이 새정권과 대화계속을 천명하고 나오는등 발빠른 대응을보이고 있는 분위기도 크게 작용한 것같다.
결국 정상회담의 성사여부는 북한의 새로운 권력체제가 기존의 대화정책을유지하느냐, 아니냐에 달린 셈이며 그 시기도 이 원칙이 얼마나 빠른 시간내에 확인되느냐에 달린 셈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김정일정권이 조기에 정착될 경우 빠르면 내년 봄쯤에는 정상회담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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