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설-선인장이야기

비창 여섯혜수는 말하다말고 울음을 삼켰다. 나는 혜수가 꾸려둔 작은 손가방의 끈을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어쩜, 정말 떠나고 싶은 건 나란 말이야하고 나는 외치고 싶었다.

[그리고 나는 불쾌했어. 사람들은 천박하고 사람들이 꾸며 만드는 세계가 못미더웠어. 그들은 삶을 아끼지 않고 그들은 삶을 사랑할 줄도 모르고 정말소중한 것을 간직하는 방법도 몰라. 고작 만원 버스에 매달려 무엇에 소용되는지도 모르는 서류를 작성하기 위해 우리가 이곳에 있는 것은 아닐 거라는생각이 들었어. 다른 사람의 삶에 마땅히 허락해 주어야 할 자율성도 서로 빼앗아 버리지. 아무런 이득도 없는데도 심술 궂고사납게 헛된 자를 갖다 대는거야. 사람들 가슴이 정말로 따뜻하게 데워지는 것은 낡은 사진첩을 정리할때 정도 뿐일거야. 어떻게 우리가 해야할 일이 다만 소비하고 허비하는 일뿐이라는 거야?] 나는 꼭 그런 것만은 아니야, 라고 말하려다 그만 둬 버렸다.난 자신이 없었다.

[난 준수 오빠가 왜 그랬는지 알아. 이미 몇해전부터 그럴 거라는 걸 난 알고 있었어.]

나는 그 말에 더는 참지 못하고 쏘아 붙였다.

[그래. 그게 뭣 때문이라는 거야?]

나는 혜수의 낙태 건이 준수를 얼마나 혼란스럽게 만들었는지 알고 있는 거냐고 따지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혜수의 일로 전에 없이 방황하던 준수의 술에 취한 모습을 떠올리고 있었다. 물론 그런 일에 처녀가 임신을 하고 임신 중절 수술까지 버젓이 했다는 식의 단순한 도덕률을 내세울 생각은 없었다. 내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너만이 다른 사람들과 세상으로부터 상처를 입는 것만은 아니고 너 역시도 남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것이었다. 서로를 좀 더 잘 보살펴 줄 수 있는 가족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입속에서 그 말이 맴돌고 있었다.[어떤 사람에게는 아주 자그마한 가시도 치명적인 죽음으로 이끌어 가지...]혜수는 마치 나의 속 생각을 알고 있었다는 듯, 혼잣말처럼 문득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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