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비동맹회의때 북한지지가 친교계기

김일성 북한 주석의 갑작스런 사망을 가장 슬퍼하는 외국 원수는 아마도 캄보디아의 노로돔 시아누크 국왕(72)일 것으로 방콕의 외교가에서는 보고있다.이곳의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외교관들은 시아누크와 김일성이 30년간의변치않은 우정을 지켜온 사이임을 지적하고 이제 시아누크가 옛날처럼 평양을자주 드나들 수 있을 것인가에 큰 관심을 표명했다.외교소식통들에 따르면 현재 신병치료차 북경에 머물고있는 시아누크는 김일성의 사망이 발표된 지난 9일 {친형}같은 동지를 잃은 깊은 슬픔에 빠져 심한 심적 동요를 일으킨 것으로 알려졌다.

그날 식음을 전폐할 정도로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 시아누크는 즉각2쪽에 달하는 장문의 애도성명을 발표하고 캄보디아에 3일간의 {국가 애도일}을 선포하는 한편 김일성이야말로 반제, 반식민, 반신식민에 맞서 싸운 {불굴의 챔피언}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소식통들은 시아누크가 해마다 평양에서거행된 북한의 {조국해방전쟁 전승기념일}(7월27일, 한국전 휴전협정일)에참석해 행사장에 김일성과 나란히 모습을 나타냈던 사실을 지적하면서 오는27일에도 불편한 몸이지만 행사에 참석할 지의 여부가 주목된다고 말했다.시아누크와 김일성은 보통 이상의 가까운 사이가 아니다. 지금도 시아누크가행차할 때면 언제나 북한 사회안전부 출신 경호원들이 따르고 있다. 김일성은 시아누크를 위해서 평양근교에 궁전같은 별장을 마련하고 그가 평양에 올때면 언제나 이곳에 머물도록 각별히 배려해 왔다.

김일성과 시아누크가 처음 인연을 맺게된 시기는 지난 65년 인도네시아 반둥에서 열린 비동맹회의 때로 알려져있다. 당시 캄보디아 국왕으로 이 회의에 참가했던 시아누크는 북한의 입장을 적극 지지했고 이에 고마움을 느낀김일성은 그해 10월 시아누크가 평양을 방문하자 군중대회까지 열어 그를열렬히 환영했다.

70년 시아누크가 미국의 지원을 받은 론 놀 장군의 우익 쿠데타로 실각한 뒤북한을 방문했을 때 두 사람관계는 더욱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실각한 자신을 국왕으로 예우하는 김일성에게 크게 감동해 시아누크는 10살 위인 김일성을 언제나 친형처럼 따랐다.

75년 월남전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크메르 루주의 봉기에 의한 론 놀정권의붕괴로 시아누크가 다시 캄보디아로 돌아갔다.

방콕의 캄보디아분석가들은 시아누크가 현재 신병치료를 받고있고 지난 3일발생한 쿠데타미수사건으로 국내문제가 어수선한 점을 들어 65년이후 거의해마다 북한의 7.27행사에 참가했던 그가 올해도 평양을 방문할 지에 관심이쏠리고있다고말했다. 그러나 이들은 30년 우정에 바탕을 둔 북한과 캄보디아관계는 쉽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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